‘내우외환’ 재계, 1분기 성적표마저 뒷걸음

입력 2013-04-28 18:30

재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엔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정세 악화도 근심거리다.

국내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대기업 옥죄기’ 논쟁이 한창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정거래 관련 법안 등 경제민주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상장사 등기임원 연봉공개, 60세 정년 의무화 등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도 공개적으로 재계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28일 “정부와 정치권이 한쪽으로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마저 위축시키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면초가가 돼 버린 재계의 난처한 입장은 성적표로 나타났다. 많은 대기업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분기에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한 21조3671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7%나 줄어든 1조8685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리콜에 따른 판매보증충당금 900억원과 근무형태 전환 과정에서 생산성이 낮아지고 고정비 비중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차들의 공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아차의 경우 매출액은 11조848억원으로 6% 줄었고 영업이익은 7042억원으로 35.1%나 감소했다. 노조의 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 감소,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원화 강세로 인한 원화환산매출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건설업계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GS건설은 1분기에 53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엔지니어링도 영업손실 219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6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1% 감소한 수치다.

철강업계의 부진도 계속됐다. 포스코의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한 7170억원이었다. 현대제철도 영업이익이 21.2% 감소한 1216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버팀목이 됐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52조8700억원, 영업이익 8조78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6.78%, 54.32%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보다는 매출(5.7%), 영업이익(0.7%) 모두 소폭 감소했다.

대기업들은 2분기 실적 만회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조업 차질을 해결하면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의 성공으로 최고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LG전자의 옵티머스G프로도 선전이 예상된다.

다만 철강업계의 경우 회복과 악화 전망이 엇갈린다. 건설업계의 사정이 더 안 좋아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악화라는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면서 “이는 부정적인 외부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합쳐진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들에게 경제활성화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