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해킹 당하면 어떡하죠?”
입력 2013-04-28 18:20
박근혜정부가 부처 전반에 화상회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정홍원 국무총리는 30일 세종시에서 새 정부 첫 화상 국무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정부의 화상회의 보편화는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낭비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자는 취지다. 박 대통령도 22일 “세종시와 원활하게 업무수행이 돼야 한다”며 “정보통신(IT) 기술이 있어도 이용도 안 하고 그저 옛날식으로 직접 가고 하던 관행에서 빨리 벗어나 화상회의 등 과학기술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과 세종시를 잇는 화상회의를 가동한 바 있다. 사용 후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정부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선 난색도 표출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하는 회의보다는 스킨십과 집중도가 떨어지고, 회의에 따라선 상대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모든 회의를 화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회의 주재자가 화상에 있다면 회의 내내 참석자들이 화면만 응시한 채 끝날 수도 있고, 회의장 밖에서 대면으로 이뤄지던 긴밀한 논의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법안 의결이 주요 절차인 국무회의나 업무보고 정도는 도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대통령이 수시로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청와대에는 화상회의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성이 담보된다고 해도 해킹으로 영상기록이 유출되는 등 보안문제에 대한 불안이 남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1월 직접 세종시를 방문해 화상 국무회의를 주재했었다.
대통령 주재 화상회의가 자주 열리기 힘든 이유에는 상하질서가 분명하고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방식을 신뢰하는 공직사회 특유의 보수적 정서도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을 모시고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화면이나 마이크가 ‘먹통’이 되면 난리가 나는 것 아니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