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유보율 1400% ‘돈 쌓아두기’ 사상 최고

입력 2013-04-28 18:24 수정 2013-04-28 22:50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저성장 장기화 우려로 신규투자를 꺼리면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현금 유보율이 1400%를 넘어섰다. 현금 유보율은 잉여자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해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2012년도 유보율은 1441.7%로 집계됐다.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 말의 923.9%보다 무려 517.8%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통상 기업의 유보율이 높아지면 현금 흐름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동시에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부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28조1100억원으로 2008년 말 당시의 25조4960억원보다 10.3%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잉여금은 235조5589억원에서 405조2484억원으로 72.0% 급증했다.

그룹별로는 롯데의 유보율이 1만4208%로 가장 높았고, 이어 SK(5925%), 포스코(2410%), 삼성(2276%), 현대중공업(2178%), 현대차(2084%), LG(893%), GS(844%) 등이 뒤를 이었다. 유보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한화(568%)와 한진(589%)이었다.

전체 상장사 656곳의 유보율도 892.6%로 900%에 육박했다. 5년 전 712.9%보다 179.7%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들 중 유보율이 2000%를 넘는 기업도 총 127개(19.3%)로 5개 중 한 개 꼴로 집계됐다. 1만%가 넘는 기업도 10곳이나 됐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투자는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대내외 경제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어 기업들이 투자할 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