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무료재판 서비스 ‘소송구조’ 아시나요
입력 2013-04-28 18:14
서울 구로구에 사는 A씨(51)는 3년 전 대학생 아들을 잃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아들은 새벽 교차로에서 택시와 사고가 났고, 몇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사흘 만에 숨졌다. 설상가상으로 A씨는 이듬해 보험회사로부터 4000여만원을 물어내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있던 아들 친구가 많이 다쳤고, 치료비 등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A씨가 보험금을 물어내라’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았던 A씨는 법정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재판장은 A씨에게 법원의 ‘소송구조’ 제도를 권유했다. A씨는 법원의 도움으로 사건을 맡을 변호사를 구했고, 지난 2월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아들의 신호위반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처럼 형편이 넉넉지 않은 소송 당사자들을 위한 소송구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는 법률구조 제도와 비슷한 제도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나 한부모가족 지원법상 보호 대상자, 기초노령연금법수급자 중 한 가지에 해당되면 재판부에 도움을 신청할 수 있다. 구조 결정을 받으면 지방변호사회에서 지정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으며, 변호사 비용 및 인지대 비용 등을 법원이 지원한다.
하지만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소송구조 활용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원은 40억원대이던 소송구조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 지난해 75억여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실제 집행 금액은 41억여원에 그쳤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2010년 972건이었던 소송구조 신청 건수는 지난해 985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A씨 사건을 맡았던 강영혜 변호사는 “일종의 법률복지 제도인데 이를 모르는 소송 당사자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선 재판부도 소송구조 활성화를 환영하고 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형편이 어려워 변호인 없이 재판에 들어온 당사자들은 본인의 억울함만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변호인과 함께 법리적 쟁점을 정리해 온다면 훨씬 합리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개인파산 사건에도 제도가 적용돼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 소득자들이 개인파산을 신청할 때 소송구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법률적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이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