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원칙 유지”… 北 지도부에 강력한 메시지

입력 2013-04-28 18:08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체류인원 철수 결정이라는 대북 강경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북한의 ‘남한 새 정부 길들이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해석된다. 집권 초반부터 북한 의도에 끌려들어가기보다는 확고한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북한 지도부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박근혜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명박정부의 봉쇄정책이 아닌 만큼 결코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분간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와의 기 싸움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조치로 확고하게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을 통해 “우리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대화 수용을) 기다리고 있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 무원칙한 퍼주기로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가 한 발언은 신뢰해도 좋다”고도 말해 개성공단에 대한 강경 입장을 사전 예고한 바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단기적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강수를 택한 것은 어떤 반대급부도 ‘자국민 보호’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점을 대북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 북한의 행동에 인내가 바닥났으며,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대화와 도발 억지’로 상징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펼칠 공간이 좁아지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낮은 수준의 경제협력이나 국제사회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지원은 지속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라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이 이번 사태로 일정정도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문제조차 풀지 못하면서 어떻게 장기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도모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28일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본 전제가 북한 비핵화인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진행되는 북한 행동을 무조건 묵인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현재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 간의 대치가 ‘벼랑 끝’ 상황은 아니며 향후 여러 요인들에 의해 양측 관계 개선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키르기스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 8개국 주한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둘라트 바키셰프 카자흐스탄 대사로부터 자국의 핵 포기 이후 발전상을 소개받은 뒤 “북한도 카자흐스탄을 귀감삼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향후 북핵을 둘러싼 북·중, 북·미 등 국제사회의 포괄적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경우 북한은 대화의 길로 반드시 나올 것으로 보고 개성공단 문제도 폐쇄 등 극한 선택보다는 이 채널을 통해 해결해갈 것으로 관측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