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재판 회부…美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과 긴밀 협조”
입력 2013-04-28 18:01 수정 2013-04-28 22:13
미국 정부는 27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북측 재판에 회부된 것과 관련,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AP통신에 “해외의 미국 시민 안전은 우리의 최우선 정책순위”라면서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북한에 있는 미국 시민과 관련해 우리의 이익대표국(protecting power) 역할을 하고 있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가 26일 배씨를 방문했다”며 “현재로선 공개할 만한 추가적 정보는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에서 “지난해 11월 나선시에 관광 명목으로 입국한 뒤 체포된 미국공민 배준호에 대한 예심이 끝났다”며 “배준호는 가까운 시일 내 최고재판소에 기소돼 판결을 받게 된다”고 공개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을 향한 ‘압박카드’이자 동시에 ‘대화 카드’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인을 억류해 미국을 압박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활용한 적이 있다. 특히 2009년 미국 여기자 억류 사건은 배씨 사건과 상황이 흡사하다. 당시 북한은 북·중 국경지대를 취재하다 북한 경비병에게 체포된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를 재판에 넘겨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은 2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주도하에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북한은 여기자 석방 조건으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이끌어내 북·미 대결 구도를 대화 모드로 전환한 바 있다. 2010년 불법 입북죄로 억류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석방할 때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에도 미국이 배씨의 억류를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독수리훈련이 끝나는 이달 말쯤 대화 여건이 더 무르익은 상태에서 배씨 카드를 활용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모규엽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