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판 삼풍 참사’ 설계·안전관리 총체적 人災

입력 2013-04-28 18:00 수정 2013-04-29 00:15

지난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에서 발생한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공장주와 건물주 등을 잇따라 체포하는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다카 외곽 사바르에 있는 8층짜리 ‘라나 플라자’ 입주 공장 소유주 3명과 불법 건물 설계를 승인한 기술직 공무원 2명을 지난 27일(현지시간) 체포했다. 사고 직후 달아났던 건물주 모하메드 소헬 라나도 28일 인도 국경지대에서 체포돼 다카로 압송됐다. 라나는 집권당인 아와미연맹의 청년 조직을 이끌고 있던 인물로 그동안 경찰은 라나의 아내를 체포하고 친척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압박해 왔다.

방글라데시 최대 참사로 평가되는 이번 사고는 설계부터 붕괴까지 모든 과정이 인재(人災)였다. 경찰은 붕괴 전날인 지난 23일 건물 벽면에서 눈에 띄는 균열을 발견, 대피 명령을 내렸지만 입주 공장들이 이를 무시했다. 붕괴 전에 라나 플라자 건물을 찍은 동영상에는 균열을 임기응변으로 땜질하다 만 흔적과 콘크리트 무더기가 빠져나간 기둥이 찍혔다. 해당 건물은 또 다수의 건축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362명이다. 라나 플라자 입주 공장 근무 인원이 총 3122명인 것으로 확인돼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매몰사고 구조의 한계선인 72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존자들의 구조 요청 목소리도 희미해지고 있다. 천둥을 동반한 폭우 속에 구조대원들이 돌무더기를 파헤쳐가며 꼭대기에서 1층까지 구조용 구멍을 뚫었다. 심각하게 부패된 시신도 다수 발견돼 현장 근로자들이 방향제를 뿌리는 상황이다. 시신은 라나 플라자 인근 고등학교에 차려진 영안실에 보관 중이다.

인재가 발생한 방글라데시는 세계 3위의 의류·섬유 생산국이다. 그러나 한 달 최저임금 38달러(약 4만원)에 불과한 열악한 근로 환경과 허술한 안전 기준으로 대형 화재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번 붕괴에 항의하는 시위는 수도 다카에서 남동부 치타공까지 불길처럼 확산되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