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유머 빵 터진 만찬장… 백악관 기자단 만찬서 입담

입력 2013-04-28 17:59

시니컬하기로 유명한 언론인과 할리우드 스타 등 저명인사들을 웃기기는 쉽지 않을 듯싶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도 ‘성공’했다.

27일(현지시간) 99회를 맞은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이 촌철살인의 유머와 농담을 다시 선보였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자신을 나이 먹어 보이게 하는지를 묘사하며 다소 ‘자기를 깎아 내리는’ 농담으로 시작했다.

“요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젊고 건장한 무슬림 사회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을 무슬림으로 의심하고 급진적 좌파로 몰아붙인 사람들을 풍자한 농담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집권 2기에는 새로운 에너지의 분출이 필요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것이든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했으며, 그래서 집사람 미셸의 속임수를 빌려왔다”고 말했다.

곧 화면에 앞머리를 가지런히 하는 이른바 ‘뱅 스타일’을 한 오바마의 모습이 비춰지자 박수와 함께 큰 폭소가 터졌다. 옆에는 최근 이 스타일로 머리 모양을 바꾼 퍼스트레이디 미셸의 사진이 함께 내걸렸다.

오바마는 지난해 대선에서 자신을 낙선시키기 위해 거액을 기부한 카지노 재벌 셸든 아델슨에 대해서도 ‘슈퍼 펀치’를 날렸다. “셸든 아델슨이 저에 대한 네거티브 광고에 1억 달러를 내놓은 것 아시죠. 그 돈이면 섬을 하나 사서 ‘노바마’라고 붙여도 될 큰 금액이죠”라고 했다.

이어 “셸든이 그 1억 달러를 나에게 내놓으며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제안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아마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테지만 생각은 해봤을 것이며, 아마 미셸은 돈을 받자고 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청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백악관 인근의 워싱턴힐튼 호텔에서 열린 이날 만찬에는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6)도 CBS방송의 초청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