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지에 결혼식이라니… 꿈만 같다”
입력 2013-04-28 17:46 수정 2013-04-28 20:08
영산자선재단, 장애인·다문화 부부 2쌍 ‘오병이어 결혼식’
“결혼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엄두도 못 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에게 결혼사진을 보여줄 수 있어 꿈만 같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논현동 강남플라자 3층.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린 이현수(가명·49·지체장애 3급)씨는 필리핀에서 온 아내에게 뒤늦게나마 면사포를 씌워주게 된 것을 크게 기뻐했다.
영산조용기자선재단(이사장 조용기 목사·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이날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중증 장애인 및 다문화가정 부부 2쌍의 ‘오병이어 결혼식’을 지원했다. 결혼식엔 300여명의 하객이 참석, 이들을 축하했다.
결혼비용 일체를 제공받은 25살 동갑내기 이일수(결핵)·오승희(지체장애 1급)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고 형편이 어려워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왔다”며 “결혼식을 열어주고 혼수용품, 게다가 임대 보증금까지 마련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승희씨는 현재 임신한 아이가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병원 의사의 진단에 한동안 걱정했었다. 하지만 오씨의 아이는 재단을 방문한 지난주 장애가 없고 건강하다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오씨는 “귀한 도움에 감사드리며 더욱 열심히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잉꼬부부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필리핀 여성과 함께 아이, 조카까지 6명이 33㎡(10평)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현수씨도 결혼식이 진행되자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택시운전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이씨 가정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좀 더 넓은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정밀 건강검진과 사후 치료관리권, 혼수용품, 아동복 등도 함께 지원받았다.
이날 결혼식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회 원로목사가 주례를 섰고 탤런트 이진우 전도사가 사회를 맡았다. 조 목사는 “장애는 슬퍼하거나 불행한 것이 아니다”며 “장애를 극복하면 오히려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조 목사는 새출발하는 신랑을 두 팔로 안고 축복기도를 해 주면서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고 남편은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자신같이 하라는 성경 말씀을 꼭 붙들고 살라”고 전했다.
결혼식은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외에 세브란스병원과 주거복지재단, W진병원·삼성리빙프라자강남본점, 임피리얼팰리스호텔, 강남플라자, 엠플러스, 사회적기업 리드릭, 씨하우스, 새날스튜디오, 제이반스 등이 후원해 의미를 더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