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설교·찬양… 연륜만큼 더 진한 감동이” 기성 총회 본부교회 ‘은목자’ 주일예배 현장
입력 2013-04-28 17:39
늦봄이지만 여전히 쌀쌀한 바람이 불던 28일 주일 오전, 서울 대치동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 본부교회로 지긋한 연세의 노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노부부들은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에서는 연륜이 묻어났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 교회에서 짧게는 40년, 길게는 50년 가까이 사역하고 은퇴한 목회자 부부다. 올해 설립 7주년을 맞은 기성 총회 본부교회는 총회 건물 3층에 마련돼 있으며 매주일 2차례의 예배를 드린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주일 오전 예배에는 110여명의 은퇴 목회자 부부가 참석했다. 화려한 악기도, 젊고 활기찬 ‘찬양 목사(전도사)’도, 생동감 넘치는 율동도 없었지만 평생을 강단에서 복음을 전한 목회자 부부의 깊은 영성이 작은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100% 은퇴 목회자 부부로 구성된 성도 가운데 절반 가까운 인원이 성가대로 섬긴다. 이날 성가대는 시편 23편을 노래했다. 완벽한 화음이나 고음역의 솔리스트는 없었지만 본부교회 성가대의 찬양은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설교를 전한 박충배(서울 신일교회 2002년 은퇴) 목사는 “평생을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고 산 여러분들이 가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연륜 때문에, 여러분들의 찬양이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여러분들을 아름답게 한다”고 말했다.
본부교회에는 담임목사가 없다. 모두가 은퇴 목회자인데다 증경총회장도 4명이나 출석하고 있어 담임목사를 따로 세우는 의미가 없다. 설교도 모든 목회자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한다. 적게는 일년에 1∼2번, 많게는 3∼4번 정도 설교 순서가 돌아온다. 평생을 강단에서 복음을 전했던 은퇴 목회자들에게 다시 성도의 입장에서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는 경험이 새롭다.
본부교회는 2004년 청주 서원교회에서 은퇴한 손덕용(79) 목사가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2006년 3월 시작했다. 손 목사는 “평생 강단에서 설교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강단에서 내려오니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며 “그래서 우리교회는 담임목사도 없고, 설교도 돌아가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은퇴 후 4년간 설교를 맡았던 대전의 한 은퇴여전도사 요양원에서 은퇴 목회자 공동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본부교회에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뿐 아니라 충남 천안에서도 공동체를 찾아오는 목회자도 있다. 다시 ‘평신도’가 된 목회자들의 반응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2005년 은퇴한 김성배(76) 목사는 “담임했던 교회는 후임자가 있어 가기도 어렵고, 다른 교회를 가자니 ‘저 노인네 왜 왔나’라고 생각할 것 같아 쉽게 갈 수 없었다”며 “함께 사역했던 선·후배 목사님들과 함께 예배하고 선교하는 것이 말할 수 없이 좋다”고 말했다. 1994년 은퇴한 조용현(82) 목사도 “은퇴 후에도 매주 나라와 복음화와 사회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부교회는 매년 교회 재정의 36%를 선교비로 책정해 국내외 미자립교회 20곳과 교계기관 10곳을 섬기고 있다. 주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 30분, 2차례 예배를 드리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기도회로 모인다. 손 목사는 “일반 성도의 예배 참석도 환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사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