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호 신촌감리교회 원로목사 “은퇴 목회자가 존중받는 아름다운 문화 세워야”
입력 2013-04-28 17:40
“은퇴한 목회자들은 너무나 외롭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습니다. 이들이 목사라는 자존감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교단이 나서야 합니다.”
안동호(70·사진) 신촌감리교회 원로목사는 28일 인터뷰에서 은퇴 목회자의 연륜이 존중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부흥기인 1970∼80년대에 교회를 개척했던 목회자들이 대거 은퇴하는 시기를 맞아 이들이 ‘뒷방 노인네’로 전락하지 않도록 교단 차원에서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안 목사는 지난 5일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3회 서울연회에서 공식 은퇴했다. 이날 은퇴자 대표 인사를 부탁받은 안 목사는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대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은퇴사에서 “현역 목회자 여러분도 금방 은퇴자가 되니 몇 년 젊다고 우쭐하지 말고 은퇴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주고 교인들도 그렇게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교단에 대해서는 ‘은퇴자의 날’을 제정해 1년에 한 번 은퇴자들이 목회 노하우 등을 후배들과 나누는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서울연회 개회예배 설교자로 방한했던 존 솔 미국연합감리교회(UMC) 뉴저지연회 감독은 안 목사의 은퇴사를 듣고 “UMC에도 이 문제를 제기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안 목사는 “은퇴 목사가 물러난 교회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은퇴자는 교회 일에 깊이 간섭하지 말고 젊은 목회자들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목사 본인도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면서 장로와 교인들에게 새 목사의 개혁 시도를 절대 막지 말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안 목사는 78년 금란교회 부목사로 시작해 80년 성남 반석교회 담임이 됐고 84년 만민교회 2대 담임으로 부임했다. 당시 만민교회는 55년 창립된 신촌교회가 둘(나머지 한 곳은 새예루살렘교회)로 쪼개져 생긴 교회였다. 안 목사는 성실한 목회로 교회를 성장시켰고 2000년 새예루살렘교회와의 통합을 이뤄 신촌교회를 회복했다.
안 목사는 목회자로 봉직한 36년의 세월을 돌아보니 좀 더 말씀을 갖고 씨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선교 목적으로 세운 연세대가 얼마 전 교단 파송 이사를 줄이는 등 본질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생명의 DNA인 말씀이 우리 안에 체질화된다면 어떤 진창에 빠지더라도 살아서 새로운 생명적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