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서 배워야 할 것들
입력 2013-04-28 18:37
살아 있는 미국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남감리교대학(SMU)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 헌정식에서 덕담을 나눴다. 주인공인 부시,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였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한 걸 두고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출신 전·현직 대통령들은 부시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퇴임 후 평화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은 “부시가 수단 내전을 종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시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높이 평가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는 좋은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각 상대방을 정적(政敵) 또는 숙적(宿敵) 대하는 듯한 정치풍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설고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들을 추종하는 각 진영은 공과는 역사적 평가에 맡기고 국익을 위해 대화합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미국 사례가 주는 교훈은 또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기부금으로 기념관을 세웠다. 5억 달러를 모았으나 절반만 쓰고 나머지를 연방정부나 부지를 제공한 SMU에 기증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기념관을 지을 때마다 과대 예산 논란을 빚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부분이다. 미국처럼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먼저 모금하고 부족분을 예산으로 채우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시 기념관에 치적뿐 아니라 실정(失政)도 전시된다는 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르윈스키 스캔들도 각각 리처드 닉슨·클린턴 기념관에 남아 있다. 역사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자료 수집·보관·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공적만 기리고 치부는 가리려는 우리가 배워야 할 역사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