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대학들 뛰어난 연구 역량 불구 저평가”
입력 2013-04-28 17:39
대학총장협의회 카토이퍼 사무총장
독일 대학은 뛰어난 연구 역량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돼 있다. 이른바 세계대학 랭킹에 이름을 올린 학교가 많지 않다. 독일 대학총장협의회 토머스 카토이퍼(55·사진) 사무총장은 “연구소가 대학에 속해 있지 않은 독일 교육의 특수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토이퍼 사무총장은 지난달 13일 독일 본(Bonn) 대학총장협의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독일교육의 특수성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독일의 경우 대학 바깥의 연구기관에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진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막스플랑크연구소처럼 대학에 속하지 않은 훌륭한 연구기관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관에서의 연구업적은 대학랭킹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카토이퍼 사무총장은 “대학은 주 정부에서, 외부 연구기관은 연방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데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규모가 훨씬 크다”면서 “독일 전체로 따지면 연구 성과는 엄청나게 좋은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한 곳이 모든 학문을 잘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독일 대학은 민간에서 자본을 들여오기 어렵다. 교수들이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길 뿐 아니라 관련 규제도 까다롭다. 각 대학은 한정된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한다. 특히 독일 통일 이후 정부 지원 감소로 각 대학의 자율성이 강화되면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기초학문의 수준이 높다 보니 선택과 집중은 학문의 세부 분야에서까지 이뤄졌다. 같은 물리학 중에서도 천체물리학을 더 잘하는 대학이 있고, 입자물리학에 강한 대학이 있다. 카토이퍼 사무총장은 “독일의 대학은 비교할 수 없다. 분야별로 모든 걸 잘하는 대학은 없다”면서 “우리는 나라별로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의 성과를 비교하는 랭킹 시스템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본=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