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지식 중심 교육은 새로운 창조 어려워”

입력 2013-04-28 17:39


빌레펠트 대학 오토 석좌교수

교육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빌둥(Bildung)’이고, 다른 하나는 ‘에어치훙(Erziehung)’이다. 독일인들은 빌둥이라는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쓴다. 빌둥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쌓아나간다’는 의미가 강하다. 독일 빌레펠트대학 교육학 석좌 교수인 한스우베 오토(73·사진) 교수를 지난달 15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어떤 교육이 바람직한지를 들었다. 교육을 바라보는 견해가 우리와는 크게 달랐다.

-빌둥과 에어치훙의 차이는 무엇인가.

“에어치훙은 학생들에게 ‘너 이것 해라’고 하는 뉘앙스가 강하다. 훈육에 가까운 뜻이다.”

-왜 에어치훙 대신 빌둥을 더 많이 쓰나.

“빌둥은 지식을 그냥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숙고한 것을 자신만의 결과물로 재생산하도록 하는 게 빌둥이다.”

-한국의 교육에 대해 알고 있나.

“한국을 가본 적은 없지만 지난해 중국 상하이대에서 초빙교수로 있어 동아시아의 교육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교육은 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객관식 시험이 존재하지 않나. 이는 빌둥이 아니다. 지식 중심의 교육은 모방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교육을 남보다 더 잘살기 위한 수단, 계층 상승의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계층이 변할 수 있나? 이해할 수 없다. 교육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다. 계층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이 속한 계층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독일 교육에서 학교 교육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교육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100이라고 볼 때 학교 교육은 10에 불과하다. 부모와 학교 밖의 사회적 관계에서 배우는 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빌레펠트=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