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차창훈] 중국이 북한을 보는 두 시각
입력 2013-04-28 18:56
시대는 변했는데도 과거 낡은 사고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그러해 왔다. 혁명과 전쟁으로 점철된 과거 시대의 낡은 사고가 개혁개방과 세계경제체제로의 편입에도 불구하고 지속돼 왔다.
그런데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위기로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조금씩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은 3∼4월에 북한이 조성한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대북정책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공개 논쟁을 신문지면을 통해 공식적으로 허용한 바가 있다. 이른바 ‘전략적 자산론’과 ‘전략적 부담론’의 논쟁이다. 대북정책의 공개 논쟁은 물론 이중 게임이다. 대내적으로는 대북정책을 조정할 필요성에 따라 논쟁을 촉발하는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양회(兩會) 기간에 공개해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숙고하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향후 정책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전략적 자산론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인 관점이다. 북한을 전략적인 완충지대로 여기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강대국을 상대하기 위한 자산으로 간주한다. 마오쩌둥의 한국전쟁 참전, 1961년 북·중 우호조약 체결 그리고 최근의 동북 3성의 경제발전과 연계된 북·중 경제협력의 진전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전략적 자산론은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지배적인 사고였으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의 부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된 현재의 상황에서 전략적 부담론이라는 대안적 담론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략적 부담론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한 더 이상 전략적 자산이기보다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핵개발은 북·중 우호조약 제1조와 제4조에서 규정한 ‘양국의 공동 이익과 관련된 일체의 중대한 국제문제에 대하여 협상을 진행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잦은 무력도발이나 정전협정의 일방적 폐기 선언 등으로 한반도의 무력충돌은 중국의 자동 개입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조약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핵 포기는 한반도 평화의 필수조건이다. 중국은 북핵 포기를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하고, 심지어는 북한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미사일 위기는 양국에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북·중 경제협력이 진전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대북정책의 공개 논쟁은 시진핑(習近平) 체제에서 대북정책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를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적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여 왔던 시진핑이 대북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리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외교정책도 지속성의 속성을 보여 왔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행위가 중국의 국가이익과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중국 내에도 낡은 사고보다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갈 것이다. 그것은 전략적 부담론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됨을 의미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월 17일 전국인민대회 폐회식 연설에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주제로 중국은 평화발전의 길을 견지하고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임을 천명한 바가 있다. 한국의 대중정책은 전략적 부담론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돼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중국정책에서 중국 공산당의 대외연락부와 긴밀한 관계형성이다. 국무원 산하의 외교부는 대북 영향력에서 제한적이다. 중국 공산당의 대외연락부는 북한과의 가장 중요한 외교창구이기에 한국이 대외연락부와 채널을 강화하는 것은 대중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다.
차창훈(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