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충무공 이순신 탄생일
입력 2013-04-28 18:55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안전행정부는 그간 사용했던 ‘충무공 탄신일’ 명칭을 올해부터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로 바꿨다. 1545년 음력 3월 8일생인 충무공의 생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가 4월 28일이다.
충무공이 사망한 후 선조는 통영에 사당을 세웠다. 효종 때는 남해 노량에, 숙종 때는 그의 고향 아산에도 사당이 세워졌다. 통영과 노량의 사당은 충렬사로 불렸고, 아산 사당의 호칭은 현충사로 정해졌다.
현충사는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당시 허물어졌으나 일제의 침략에 대한 반발로 1906년 아산의 유생들이 현충사 옛터에 유허비를 세웠고, 1932년 다시 건립됐다. 1945년 해방 후부터 충무공 기념사업회 주관으로 매년 4월 28일 행사가 열렸는데 6·25전쟁 후부턴 당시 자유당의 실력자 이기붕이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사업이 활발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 시기에 현충사 경내 성역화 사업이 이뤄졌고 충무공 탄신일이 기념일로 제정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광화문의 충무공 동상도 이 즈음 세워졌고, 매년 충무공 탄신일이 다가오면 웅변대회나 표어 짓기 대회도 열렸다. 초·중·고생들의 수학여행 때도 아산 현충사는 단골 방문지였다.
매년 충무공 탄신일에는 현충사에서 다례행사가 열리는데 현충사를 성역화했던 박 전 대통령은 거의 해마다 이 행사에 참석했다. 재임기간 중 14회나 찾았다고 한다. 군인 출신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4번 다례행사에 참석했고, 문민정부의 첫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 행사에 3번이나 참석했다. 하지만 이후 이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적은 없었고, 대부분 총리나 장관급 인사가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28일 열린 올해 행사엔 정부를 대표해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차관급인 문화재청장이 참석했던 지난해보다는 정부가 더 각별히 챙기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아버지가 거의 매년 찾았던 만큼 박근혜 대통령에게 각별한 행사인데다 일본의 각료·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일본은 100여년 전 한반도를 강점했고, 70여년 전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그럼에도 일본 지도자들은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며 주변국과의 긴장조성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지도자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충무공의 기개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