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의승 (11) ‘잠수함 중개업’ 승승장구… 그곳에도 주님 섭리가
입력 2013-04-28 16:50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 마태복음 10장 8절 말씀이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크리스천들에게 거저 받지 않은 것은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것을 잠시 맡은 청지기에 불과하다. 나는 평생 이런 마음을 간직하고 살고 있다. 거저 받았기 때문에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주신이도 하나님이시요, 거두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다.
MTU 한국지사장으로 승승장구하던 나는 “독일 잠수함 파는 일을 하면 어떻겠소”라는 MTU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일에 투신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세계 잠수함 업계의 톱은 단연 독일의 하데베(HDW)사였다. MTU사에서는 아무 조건 없이 내가 잠수함도 팔 수 있게 회사를 설립하라고 권했다. 그래서 1983년 6월 내 고향 강원도 학산의 이름을 딴 ‘학산실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당시에는 MTU사 지사장을 맡고 있었기에 존경하는 해군 선배를 사장으로 영입해서 회사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독일 하데베사와 한국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잠수함을 팔기 시작했다. 사업은 계속 커져갔다. 내 능력 이상으로 무언가가 부어지고 있었을 때 나는 자연스레 생각해 본다. ‘아, 이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함께해 주시는 일이다.’
86년 MTU 한국지사장 일을 그만두고 학산실업주식회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후 MTU의 디젤엔진과 하데베의 잠수함을 팔았다. 당시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척의 잠수함을 팔았다. 하데베에서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MTU의 엔진이나 하데베의 잠수함 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어느 나라든 이들 회사의 제품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정직하고 정확하게 제품을 소개만 하면 됐다. 평생을 코람데오(하나님의 마음 앞에서)의 심정으로 살아왔다. 하나님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살아온 지난 인생이다. 긴 세월 동안 사업을 전개하면서 부침을 경험할 수 있을 텐데도 이렇게 성공적으로 끌어온 것 자체가 내게는 은혜 위의 은혜다.
감리교를 창시한 요한 웨슬리 목사님에게는 확고한 물질관이 있었다.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벌어라.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저축하라. 그리고 그것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써라.” 웨슬리 목사님은 부를 얻는 자체를 문제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따라 가장 돈을 선하게 쓸 수 있는 크리스천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 물질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기에 선하게 유통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웨슬리 목사님의 말을 내 삶에 적용했다. 거듭 말하지만 이 땅에서 ‘내 것’은 하나도 없다.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지 않은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 잠시 왔다 가는 인생길에서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선한 통로로 사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이 지면을 통해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도와주셨다”는 사실이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통해서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 못할 것이다. 나는 지난 시절의 경험을 통해서 성공을 하나님과의 관계에 비춰 풀이한다. 성공은 하나님의 도우심 아래에서 하나님이 하라고 한 일을, 하나님이 하라고 한 방법대로, 하나님이 하라고 한 바로 그 시간에 하는 것이다. 이 하나님과 성공과의 함수관계, 일종의 믿음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우리 회사의 성장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내 인생 전반에서 도우시는, 에벤에셀의 하나님이셨다. 그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올린다.
정리=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