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페루 김명수 선교사] (5) 페루의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입력 2013-04-28 16:51 수정 2013-04-28 17:29


소아과 의사부부, 바쁜 와중에도 주3회 하루 4시간씩 헌신

소아과 의사인 페드로 카소를라(60)씨. 우리 부부와 6년 넘게 교제하고 있는 신실한 믿음의 형제입니다. 페루의 직장보험인 에스살룻(ESSALUD) 소속 병원에서 소아과 진료와 함께 의료보험윤리위원장 등 주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며 의과대학에서 강의도 합니다. 아내 메르세데스씨도 같은 소아과 의사입니다. 이들 부부는 의사로 바쁘게 살면서도 ‘리마 4중복음 교회’를 섬기고 있는 믿음의 일꾼들입니다.

페루의 복음화율이 13%까지 성장하면서 중산층과 상류층에도 복음의 물결이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마의 부자촌에도 이제 기독교 교회가 세워지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페루 기독교인의 대부분은 중·하층 서민들이기 때문에 기독교인 의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꼭 10년 전인 2003년 칠레 선교사로 섬기던 저희 부부가 재파송을 받아 페루로 건너와 리마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칠레에서 사용하던 의료진료 차량을 리마로 가져왔습니다. 1997년 서울 상도장로교회(당시 담임목사 김이봉)가 칠레 원주민인 마푸체 부족 선교 사역을 위해 기증했던 ‘이동병원 선한사마리아인’ 차량이었습니다.

당시 이동병원 사역은 칠레 남부의 테무코시를 중심으로 펼쳐졌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칠레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마푸체 부족 마을마다 공립 보건소가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자연스럽게 칠레 사역을 마무리하고 페루로 사역지를 옮기게 된 것입니다.

페루에서의 의료 사역은 ‘페루적십자사’와 의료협력 협정을 맺은 뒤 리마 외곽 빈민지역 교회들을 중심으로 이동진료사역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우리와 동역할 페루인 기독의사와 의료인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즈음 국제기독의료치과협회(ICMDA)의 페루지부 격인 페루기독의료인협회(ACSAI-Peru) 관계자들을 알게 됐습니다. 은퇴한 영양사인 윌마(81) 할머니를 중심으로 가정집에서 간간이 소규모 모임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 오주엽(산부인과 전문의) 선교사는 이 모임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가정집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정기 모임을 갖자고 제안하고, 모임 장소로 우리 신학교(페루 장로교신학교) 예배실을 제공했습니다. 마침 우리 신학교가 리마에서 가장 큰 병원이자 3차 진료병원인 레바글리아티(Rebagliati) 병원 앞에 있던 터라 여러모로 유리했던 것입니다.

매월 한 차례 전체 모임과 임원회를 정기적으로 갖게 되자 그동안 이런 모임을 목말라했던 신실한 현지 기독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동참자가 늘면서 모임은 점점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때 헌신적인 기독의사 몇 분까지 동참하면서 페루기독의료인협회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여러 차례 의료 콘퍼런스도 열었고, 병원 전도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강의와 훈련도 이어졌습니다. 병원마다 기독신우회 조직을 독려하고, 의료진료 봉사도 여러 차례 수행하는 등 명실상부한 복음사역단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페드로씨는 이렇게 페루기독의료인협회가 재조직되는 시기에 4년 동안 회장직을 맡아 열심히 섬기면서 우리 부부와 비전을 공유했던 분입니다. 이렇게 협회가 성장하고 있을 때 저는 페루장로교신학교 제2캠퍼스 부지를 찾다가 만차이 지역의 레타말 계곡을 택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신학교 제2캠퍼스와 교회 개척,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및 보건소도 함께 설립하는 ‘만차이 종합선교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페루선교회(회장 고만호 목사)로부터 프로젝트 추진 허락도 받았습니다. 이어 여러 교회와 성도님들의 기도와 헌신적인 헌금에 힘입어 지난해 ‘만차이 종합선교 프로젝트’의 시행 1단계로 ‘선한 사마리아인 보건센터’와 ‘감람산교회’의 2층 건물을 준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축하는 동안 우리의 기도 제목은 한 발 앞서 있었습니다. 당장 부족한 건축 헌금보다도 “앞으로 어떻게 저 보건센터를 재정 부담 없이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칠레에서 기독병원을 운영하면서 ‘기독 의료기관은 건축도 어렵지만 운영은 몇 배나 더 어렵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페루기독의료인협회 회원들과 나누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답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너희가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선교사인 우리 부부가 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하나님의 자녀로 구원 받았고, 함께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부름 받았으며, 함께 의료 분야의 달란트와 은사를 받은 페루기독의료인협회의 회원들 너희 모두가 함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협회 회원들 앞에서 이 비전을 나눴습니다. 그러자 많은 회원들이 이 보건소에서 자원 봉사자로 사역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밤낮으로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밤에 일하면 낮에 쉬는 날이 있습니다. 또 의사들은 소속 병원 외에 다른 병원이나 개인의원에서 진료나 수술 등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이 짬을 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우리 보건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겠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페드로씨는 ‘선한 사마리아인 보건센터’ 의료원장으로 봉사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아내인 오주엽 선교사가 행정원장으로 실제적인 업무를 담당하겠지만, 진료 및 행정의 모든 책임은 페드로씨가 지게 되는 것입니다. 페드로 원장은 하루 4시간씩 매주 3일씩 무료 진료로 봉사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페루교회는 여전히 연약합니다. 목회자들은 신학교육이 부족합니다. 대다수 성도들은 가난합니다. 목회자나 기독교 지도자, 성도들 모두 희생하려는 헌신이 약합니다. 그래서 페루교회는 약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 페루교회를 세워 가시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은 신학교육을 목말라합니다. 성도들은 하나님 사랑과 함께 희생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현재 건립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만차이 보건소의 이름은 ‘선한 사마리아인 보건센터’입니다. 주님께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물으셨을 때 주님께서는 ‘자비를 베푼 자만이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답변을 듣고자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며 명확하고 단호하게 명령하셨습니다. 영생을 얻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원하는 성도는 ‘가서 사마리아인처럼 섬기고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페드로씨를 보면서, 페루기독의료인협회 회원들을 보면서, 페루장로교 신학교의 목회자 학생들을 보면서, 이제는 ‘가서 사마리아인처럼 섬기고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려고 하는 페루교회를 봅니다. 주님이 세워 나가시는 페루교회의 미래를 봅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주님 이들을 더욱 굳게 세워 주님의 나라를 위해 귀히 사용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다시 한 번 주님의 말씀을 되뇌어 봅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눅 10:36∼37)

김명수 페루장로교신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