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미술계에 활력 불어넣기… 외부 기획자 내세운 전시 2題
입력 2013-04-28 17:02
“볼만한 전시가 없다.” 미술계 침체로 눈에 띄는 전시가 드물어 미술 애호가들이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참신한 기획전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화랑들도 대부분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전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와 통의동 갤러리 시몬이 외부 기획자를 내세운 기획전으로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젊은 작가 7인 7가지 운율
국제갤러리에서 6월 16일까지 열리는 ‘기울어진 각운들(The Song of Slant Rhymes)’은 큐레이터이자 비평가로 활동하는 김현진이 기획했다.
남화연 문영민 윤향로 이미연 정은영 차재민 홍영인 등 젊은 작가 7명의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온통 하얗게 둘러싸인 기울어진 벽 주위에 일곱 가지 색깔이 담긴 작품 20여점을 펼쳐 보인다.
작가 그룹 ‘파트타임 스위트’의 이미연 작가는 강이나 바다의 조난 및 구조 현장을 촬영한 보도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먹지에 대고 베끼면서 일부분을 남기거나 지우는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이렇게 작업한 드로잉 시리즈를 기울어진 벽에 수십 장씩 매달았다.
1950년대 여성국극을 기록하는 정은영 작가는 과거 국극 배우들의 사진 자료를 슬라이드로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현진 큐레이터는 “제목이나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추상적인 리듬이나 작업들의 운율을 떠올리며 작가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각운을 맞추듯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갤러리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작업을 장려하기 위해 이런 형태의 기획전을 해마다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02-735-8449).
한국 현대미술 세밀히 재구성
갤러리 시몬에서 5월 31일까지 열리는 ‘디테일(detail)’은 미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가 기획했다. 강홍구 이동욱 박진아 이세경 조혜진 이진주 김아영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 7명의 작품을 모았다. 작업 방식도 다르고 작품 성격도 다르지만 각각의 작가들이 무엇인가에 빠져들어 세밀하게 묘사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다.
강홍구 사진작가는 2011년부터 부산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삶의 소소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각각의 프레임을 컴퓨터를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이어 붙였다. 염색한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영국식 그릇의 꽃문양이나 정교하게 수놓은 카펫을 만들어내는 이세경 작가의 작업은 디테일 그 자체다. 작품을 건성으로 보지 말고 세밀하게 관찰할 것을 요구한다.
미니어처로 디테일을 강조한 이동욱, 정교함을 보여주는 박진아, 내러티브를 세밀하게 들려주는 이진주 작가의 작품은 전체와 부분을 한눈에 살펴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획자 강수미 교수는 “우주적 상상력과 먼지의 관찰력이라는 말처럼 한국 현대미술의 총체적인 것과 세부적인 것, 광대함과 미세함을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02-549-303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