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인기 폭발… 2013년 40만명이 즐긴다
입력 2013-04-28 17:29 수정 2013-04-28 20:03
스포츠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한 때 이색종목으로 비춰지던 자동차경주가 국내 4대 스포츠의 하나로 손꼽힐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국제 대회만 올해 5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에도 레이스 전용 경주차인 포뮬러(formula) 대회에서부터 스포츠카 레이스, 양산차 레이스 등 다채로운 형태의 해외 모터스포츠가 뷔페처럼 펼쳐진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협회장 변동식)에 따르면 올해 각종 모터스포츠 예상 관중은 40만 명이다. 경기장 평균 관중수도 1만여 명 규모로 인기 프로 스포츠 종목들이 부럽지 않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프로야구, 축구, 농구에 뒤이어 배구(연간 35만여명)와 4위 자리를 겨룰만하다.
◇자동차경주장 인프라가 급성장 견인=내달 5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경주 대회 ‘헬로비전 슈퍼레이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모터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6라운드가 예정된 이 경기를 비롯, 올해 KARA가 공인하는 정식 경기가 최대 40경기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 10경기, 2011년 15경기, 2012년 33경기에 이어 국내 모터스포츠 역대 최다 규모이다. 4∼11월 사이 거의 일요일마다 자동차경주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경기 수 증대는 서킷(Circuit)이라 불리는 자동차경주장 시설의 확대가 주요한 동력이 됐다. 지난 2009년까지는 현재 보수 공사 중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강원도 태백 레이싱파크 등 2개 시설에서만 경기가 열렸다. 그러다 2010년 국내 첫 국제자동차경주장인 전남 영암 서킷이 등장하면서 판이 커졌다.
특히 다음달에는 강원도 인제에 새로운 국제 규모 경주장인 ‘인제오토테마파크’가 개장할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길이 4㎞ 규모의 이 경기장은 현재 가동 중인 서킷 가운데서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관중 동원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에만 영암, 인제, 태백 등 3개 경주장이 동시 활용되어 국내에 자동차경주장이 도입된 이후 가장 폭넓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휴장 중인 경기도 용인 경기장까지 운영되면 전국 4개 지역에 대형 서킷이 경쟁을 하게 되어 모터스포츠 붐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기업의 모터스포츠 참여도 가속화=늘어난 인프라에 걸 맞는 컨텐츠의 보급도 활발하다. 올 한해 국내에서 열리는 자동차경주 대회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역시 10월∼6일로 예정된 전남 영암의 F1 코리아 그랑프리다. 단일 경기로는 국내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다 규모인 18만명의 관중을 끌어 모으는 킬러 컨텐츠다.
올해 개장하는 인제오토피아 역시 이에 맞서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이색 국제 경기들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5월에는 개장 경기로 일본의 양산차형 경기인 ‘슈퍼 다이큐’를 개최할 예정이다. 8월에는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의 포뮬러 대회인 일본 ‘슈퍼 포뮬러’를 가져온다. 이 경기에는 한국인 드라이버의 참가도 예정돼 있다. 또 같은 8월에 스포츠카들이 장시간 달리는 자동차의 마라톤 대회 성격인 ‘아시안 르망 시리즈’의 창설 경기가 인제에서 열린다. 여기에 국제 대회인 ‘투어링카 시리즈 아시아’의 개최권까지 확보해 8월 한달 간 인제를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모터스포츠의 성장세를 가늠케 하는 또 다른 지표는 기업의 참여이다. 내달 5일 개막하는 헬로비전 슈퍼레이스 대회의 후원 및 개최사는 CJ헬로비전이다. CJ는 문화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와 중장기적인 컨텐츠 확보 차원에서 지난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자동차경주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간판인 현대자동차도 프로와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이 함께 하는 자동차경주인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을 후원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자동차부품기업인 성우오토모티브(인디고 레이싱팀), 서한그룹(서한퍼플모터스포트) 등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GM대우의 후원을 받는 ‘쉐보레 레이싱팀’을 비롯, 다양한 기업이 레이싱 무대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각종 국내 대회의 후원사(팀 후원사 제외)만 25개 기업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가장 주목 받는 모터스포츠 참여 기업은 현대자동차다. 현대는 올 하반기부터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주요 빅3 대회의 하나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 에 팀을 만들어 출전키로 했다. 한국의 모터스포츠 참여 가운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월드 랠리 챔피언십은 F1과 달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사의 차량으로 직접 참가하는 경기라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는 아직 국내에 시판하지 않는 i20을 고성능 랠리용 경주차로 개조해 참가한다. 이를 위해 독일 현지에 현대모터스포츠라는 전문 독립 법인까지 설립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
◇국제적 스타 부재 등 숙제=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모터스포츠 붐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동차경주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먼저 골프의 박세리와 피겨의 김연아를 통해 확인된 스타의 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모터스포츠 선수 가운데는 F1(포뮬러 원) 혹은 그에 준할 만한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인기 스타가 없다. 유럽처럼 유소년부터 이어지는 레이서 성장 프로그램도 없어 한 동안은 깜짝 스타가 등장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청소년들이 주로 타는 카트 대회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포뮬러 경기가 없기 때문에 유망한 드라이버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경주 참가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보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 김재호 사무국장은 “국민소득 증가 등 의식변화로 인해 앞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여가 수요가 점차 자동차경주로 이동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일반인들이 모터스포츠에 진입하는 관문인 짐카나와 카트 등 기초 종목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