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남북, 개성공단 놓고 강대강 충돌… 출구가 안보인다

입력 2013-04-26 18:46

남북관계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내몰렸다. 우리 정부의 당국 간 회담 제의를 26일 북측이 거부함에 따라 남북의 강경대치 국면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개성공단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교전이 벌어졌을 때도 운영돼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한 모두 개성공단 포기 가능성을 열어 놨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매개로 추진돼온 당국 간 회담이 일단 물 건너가면서 막후 접촉도 힘든 상황이 됐다. 통일부는 지난 24일 비공식 접촉 무산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북한은 우리 측이 못 박은 회담 수용 시한인 이날 정오를 두 시간 지난 오후 2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를 거부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언론매체를 통해 세 가지 논평을 쏟아내며 대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더러운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도 “협박을 하면 퍼주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로 맞서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당국 간 대화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해하고 있다. 최근 안보 위기와 상관없는 개성공단을 트집잡은 데 이어 이번에는 민간단체의 행동을 빌미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두 번째 열린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우리 측 대화 제의를 거부한 북한 담화문을 줄을 쳐가며 읽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담화문을 미리 전달하기도 했다. 회의는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만 남북 모두 여전히 공단 정상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연합 기동훈련 독수리 연습이 오는 30일 끝나면 다음달부터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담화에서 “우리는 괴뢰패당이 극우보수 정객와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못되게 놀아댈 때에도 남측 인원에 대한 강제 추방과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폐쇄 같은 중대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과거에도 전쟁과 대화가 양립할 수 없다면서 한·미 훈련기간에 대화를 피했다”며 “일단 현재는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독수리 연습이 끝나고 나서 대화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