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들 ‘불통의 장막’] 항의 때만 존재감… 이남기 홍보수석

입력 2013-04-27 04:04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별명은 ‘항의 수석’이다. 평소에는 외부 노출 없이 베일에 싸여 있지만, 유독 언론보도에 항의할 때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수석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동안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 모습을 나타낸 경우는 네 번이다. 지난달 3일 야당의 청와대 회담 제의거부에 유감을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일정을 공지했다. 허태열 비서실장의 인사 관련 사과문이 낭독된 지난달 30일에는 “(인사검증시스템) 개선은 다 됐다. 다음날 발표될 것”이라는 ‘오보’를 흘려 취재진을 발칵 뒤집어 놨다. 대통령 취임식 날에는 인사차 들렀다. 박 대통령의 46개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 행사가 열린 지난 24일 오랜만에 춘추관에 들렀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외부 일정에 따라가고 각종 청와대 회의에 배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정확한 역할은 확인되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이 수석이 은근히 바빠 보이긴 하는데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박 대통령이 이른 오전에 신문을 본 뒤 자신의 생각과 다른 보도가 나와 급하게 이 수석을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당황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정권 초반 기자들의 취재전화가 쏟아지자 주변에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당초 방송국 예능 프로듀서 출신인 이 수석이 홍보업무를 맡자 다양한 홍보 이벤트를 기획할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 논란으로 국정운영 동력이 꺼질 때 이 수석은 잠잠했고, 모처럼 정국이 안정되자 새 정부의 국정비전 홍보는 이 수석보다는 박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대선 기간과 취임 이후 불통(不通)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직접 소통 의지를 보이며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만큼 청와대 홍보수석의 책무는 막중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수석이 대통령의 진심을 국민에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불통의 ‘멍에’를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