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들 ‘불통의 장막’] “우리는 비서일 뿐”… 귀 막고 입 닫은 ‘대통령 보좌’

입력 2013-04-27 04:04


새 정부 들어 청와대 참모들을 만나면 으레 듣는 이야기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의 기둥이고 우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들 아니냐”는 말이다. 국정 운영의 중요한 메시지는 박 대통령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지 비서들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인식은 장관급인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뿐만 아니라 차관급인 각 수석, 1급 비서관들까지 다르지 않다.

청와대 참모들이 이 같은 ‘보좌’ 철학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의 모든 현안이 뼈대부터 세부 내용까지 창출되는 우리나라 정치제도 안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을 대신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 특히나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공약을 집권기간 동안 실천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지니고 있는데 참모들이 별도의 생각을 외부에 노출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각 수석실이 관련 정부부처를 맡아 정책을 조율하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우리는 비서일 뿐’이라는 사고방식이 너무 수동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학)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목소리만 전달하는 데 머물면 비서실 기능이 피상적인 데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언론과의 접촉으로 미처 파악하지 못한 국민 여론을 전해 듣고 이를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청와대 비서실의 핵심적 역할인데 위에서 아래로의 소통만 있고 반대 방향으로는 피드백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모든 국정의 책임과 권한이 모이는 청와대는 구조적으로 외부의 얘기가 전달되지 않는 ‘섬’”이라며 “참모들이 기자들을 피한다는 사실은 청와대를 더욱 섬으로 고립시키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말하기 전에 먼저 국정 주요 방향을 언론에 알렸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이 해당 수석이나 비서관을 불러 “대체 그런 얘기를 왜 공개했느냐”고 질책한 일이 많았다. 대다수 참모들에게 “국정을 주도하는 주체는 청와대”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불협화음이 생기곤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사람들’은 자기 견해를 자주 피력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부처의 장관보다 청와대 비서실과 여당이 국정을 주도하며 수시로 새로운 정책을 언론에 먼저 알렸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