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7월 전면폐지… 120만명 ‘빚 족쇄’ 풀린다
입력 2013-04-26 18:24
2010년 7월 10일 낮 경북 포항 대잠동의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 종업원 문모(23·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문씨와 같은 업소에서 일하던 이모(32·여)씨가 사흘 전인 7일 새벽 목을 매 숨진 사실도 알아냈다. 이어 8일 밤 다른 유흥업소 여종업원(36)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 여성을 사지로 몰아간 올가미 중 하나가 연대보증이었다. 이 지역 유흥업소 여직원들은 서로 보증을 서고 고리 사채를 끌어다 쓰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떼인 외상 술값을 대신 갚아야 하는 노예 계약 탓이었다. 숨진 3명은 생전에 연대보증인 일부가 잠적하면서 남의 빚까지 떠안고 있었다. 빚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불어났다.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결국 차례로 목숨을 끊었다.
서민을 빚의 굴레로 몰아넣는 연대보증이 오는 7월 1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시중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에서도 신규 연대보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제2금융권이 아닌 대부업계는 러시앤캐시·리드코프 등 5개 대형업체 중심으로 신규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자율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런 내용의 제2금융권 연대보증 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제2금융권은 저축은행,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털업체, 할부금융사, 리스업체, 생명·손해보험사, 보증보험사다.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는 모든 종류의 개인 대출에 대해 1인당 3000만원까지 연대보증이 가능했다. 보증보험은 계약건별로 1억원씩 1인당 10억원까지 연대보증을 설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제2금융권 돈 거래의 14%가 연대보증을 끼고 이뤄졌다. 보증인은 155만명, 보증액은 74조8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이번 연대보증 전면 폐지로 100만∼120만명이 연대보증 대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개인 사업자 대출은 사업자등록증상 공동대표, 법인 대출과 보증 보험은 최대주주·대주주(지분 30% 이상)·대표이사 중 1명에 한해 연대보증을 허용한다. 법인 대출은 제2금융권 연대보증 대출액의 58%를 차지한다. 생계를 위해 차를 살 때 등도 일부 연대보증이 허용된다.
금융사가 연대보증에 대해 설명할 의무는 강화했다. 연대보증 약관상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도 알기 쉽게 고친다.
서민 전용 대출인 ‘햇살론’의 지원 한도는 현행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연대보증 폐지에 따른 서민금융 공급 축소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 햇살론 지원을 신청할 때는 보수지급명세서 등 최소한의 소득 증빙만 하면 된다. 기존 연대보증 피해자는 다음 달 중순부터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연대보증은 원칙적으로 계약 변경, 갱신, 종료 시 종료시킬 것”이라며 “여신 규모는 그대로 두고 연대보증 조건만 없애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