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27명 27일부터 철수… 北 대화 거부로
입력 2013-04-26 18:19 수정 2013-04-27 00:33
정부는 26일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 제의를 거부함에 따라 공단 내 우리 측 체류인원 175명(중국인 1명 제외)을 모두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당장 27일 오후 2시와 2시30분에 차량 75대로 총 127명의 우리 근로자가 귀환한다. 나머지 48명도 순차적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정부는 인력 철수가 완료되면 공단 내 전기 및 식수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상 공단 폐쇄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체류인원 철수 결정에 따라 2003년 착공한 개성공단은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북한 위협에 우리 정부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향후 관계개선의 모멘텀도 없어 남북한 갈등과 대립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정부성명’을 통해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북한 당국은 남북 간 기존 합의와 개성공단 관련 법령에 근거해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고 입주기업들의 재산을 철저히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외교안보장관 회의에서 개성공단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박 대통령은 “가장 좋은 방법은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이겠지만 무작정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건지,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며 “개성공단과 관련해 정상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정식으로 대화 제의까지 했는데 (북한이)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인력의 철수를 북측에 통지문으로 전달하려 했지만 북측이 접수를 거부해 구두로 전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철수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최대한 신속하고 질서 있게 할 것”이라며 “정부의 기본 책무는 국민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철수 권고가 아닌 귀환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류 장관은 “정부는 입주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국방위원회는 정부의 대화 제의를 “우리를 우롱하는 최후통첩식 성명”으로 규정한 뒤 “남조선 괴뢰패당이 계속 사태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입장은 우리 정부가 답변 시한으로 정한 정오를 넘겨 오후 2시15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발표됐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