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전문화… 봉사도 ‘개념시대’
입력 2013-04-26 18:08 수정 2013-04-26 22:23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덕의초등학교에 다니는 다솜(11)양은 이달 초 학교에서 숙명여대 로타랙트 봉사 동아리 회원 10여명과 함께 시각장애인 체험을 했다. 눈에는 안대를 대고 한 손에는 시각장애인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 ‘케인’을 들었다. 평소 씩씩하게 걷던 다솜양은 어둠 속에서 주춤거리며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체험이 시작된 지 20여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손과 발의 감각에 의존해 걷기 시작했다.
다솜양을 비롯해 이 학교 학생 50여명은 봉사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점자 찍어보기, 장애물 피해서 걷기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으로서의 하루를 체험했다. 다솜양은 “처음엔 눈이 보이지 않아서 재밌는 놀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슬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단순한 봉사활동 대신 특정 주제를 잡아서 이벤트를 기획하는 ‘개념 봉사’가 늘고 있다. ‘우리(we) 즐겁게’라는 뜻을 가진 덕성여대 놀이 동아리 ‘위즐’ 회원들은 방과 후 혼자 놀아야 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을 하는 봉사활동을 한다. 이 봉사를 기획한 조선영(21·여)씨는 “한부모가정이거나 부모님이 맞벌이하는 아이들의 경우 수업이 끝나면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이들에게 건전한 놀이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함께하는 게임은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나무 블록을 쌓는 ‘젠가’ 게임이나 그림을 외워야만 이길 수 있는 ‘치킨 차차’ 게임 등을 통해 교육봉사와 놀이봉사를 함께 하는 것이다. 조씨는 “주의가 산만해 학교에서 늘 지적을 받던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통해 집중력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공 특성을 살려 독거노인을 찾아가 마사지를 해주는 봉사 동아리도 있다. 동원대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스킨엔젤’ 동아리 회원 90여명은 한 달에 한 번씩 경기도 성남의 한 독거노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낯을 가리고 심지어 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매달 복지관에 들러 노인들의 손발을 만져주며 마사지 봉사를 쉬지 않고 있다.
박수경(21·여)씨는 “요즘에는 복지관을 방문할 때마다 노인들이 서로 마사지를 받겠다며 ‘방바닥 먼저 눕기’ 경쟁을 벌일 정도로 우리를 반겨주셔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