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한 듯”

입력 2013-04-26 17:51 수정 2013-04-26 22:26


미국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치명적인 신경가스인 사린을 포함한 화학무기를 반군에 사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의회에서 “화학무기가 두 차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실상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판단 근거로는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의 알레포와 홈스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정황 증거와 화학가스에 접촉된 것으로 보이는 반군 대원에서 추출한 표본분석 등이다.

백악관은 이런 판단에 대한 신뢰도가 평가보고서마다 다르고, 화학무기가 사용됐다 해도 현재로선 ‘소량’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확한 증거 확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구엘 로드리게스 백악관 상원연락관은 존 매케인, 칼 레빈 등 상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보기관들 평가보고서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정책 결정을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적극적인 군사 개입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기관의 ‘오판’에 따라 이라크전에 나섰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사례도 조심스런 행보의 한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판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리아 사태에 강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개입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미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화학무기 사용이 확인될 경우 “모든 수단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새로운 시리아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매케인 의원은 “이제 금지선을 넘었음이 거의 확실해졌다”며 ‘군사개입’을 촉구했다.

미국이 취할 군사 행동으로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시리아 국민 보호구역 설정, 무인기나 전투기를 이용한 폭격, 지상군 투입을 통한 화학무기 저장시설 확보 등이 거론된다.

시리아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그동안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알레포에서 한 젊은이가 가스로 인해 거품을 물고 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