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로 뜬 배우? ‘믿음 품은’ 연기자!… 탤런트 송재희씨의 신앙고백

입력 2013-04-26 17:24


지난 22일 서울 성내동 오륜교회 사모리조이스 무대. 오프닝 사회자가 나타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지난해 초 큰 인기를 끌었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부마역을 한 탤런트 송재희(34)씨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뮤지컬 출연으로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는 송씨를 만나 신앙 얘기를 들어봤다.

10년의 무명생활, 절망에 빠지다

기자와 만난 송씨는 이른바 ‘뜨는 연예인’답지 않게 무척 진솔했다. 연예인이 된 과정부터 소탈하게 털어놨다. “솔직히 어릴 때부터 잘생겼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 정도 얼굴이면 연예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연예인이 되기만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할 것 같은 꿈도 꿨고요.”

1999년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한동안은 잘 나갔다. 2004년 대기업 CF에 출연, 젊은 나이에 돈을 많이 벌었다.

“너무 쉽게 돈이 들어오니까 ‘아 정말 세상이 쉽구나. 내 생각이 맞았구나’ 그렇게 여겨졌어요.”

그러나 꿈은 잠깐이었다. 이후로 긴 무명생활이 계속됐다. 10년간 준비만 했다.

“오랫동안 찾는 곳이 없으니 우선 경제적으로 무척 힘들었어요. 부모님께 죄송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정말 답답했습니다.”

나름대로는 노력한다고 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극도의 절망감이 밀려왔다. 우선 누구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해서는 안 될 방법을 선택했다. 생을 포기하려 한 것이다.

“정말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막다른 길에 내몰렸어요. 이제 끝이라는 느낌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는데,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다시 생의 끈을 잡았다. 그는 ‘죽을 힘으로 한번 행복해보자’는 각오로 일어섰다.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며 목회자 서원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중에 한 친구가 문득 떠올랐다. 특별히 자신과 다를 것도 없는데 그 친구는 비교적 일이 잘 풀렸다. 그 친구는 크리스천이었다.

2008년 9월 친구를 따라 오륜교회에 갔다. 담임목사의 말씀이 하나님 목소리처럼 들렸다.

“‘왜 이제 왔니 재희야’라는 음성이 들리며 진짜 나를 너무 사랑하는 분이 눈물을 흘리시는 게 느껴졌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오륜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하나님을 만난 후에도 변한 건 없었다. 다만 그는 행복이 넘쳐 손에서 성경을 놓지 않는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전도했다. 자신의 전도로 최근에는 부모님도 기독교를 받아들여 오륜교회를 섬기고 있다.

“죽으려던 사람이 살아났으니 진짜 행복했어요. 하나님께 제 모든 걸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있는 곳에서 최고가 됐을 때 다 내려놓고 목회자가 되겠다고 서원했어요.”

그는 힘든 상황이면 예레미야 29장 11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배우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마침내 배우로 세상에 이름을 알릴 기회가 왔다. 2010년 MBC 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에 조연으로 캐스팅돼 첫 TV출연을 했다. 이어 아침 드라마에도 등장했다. 그러다 2012년 1월, 무명의 탤런트 ‘송재희’는 ‘스타급’ 연예인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김수현 한가인이 주연으로 출연해 42.4%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MBC 수목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함으로써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5월에는 SBS 일일드라마 ‘그래도 당신’에 출연하며 인기를 더했다. 지난 3월부터 오는 7월까지는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주인공 태성 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작품은 소극장 뮤지컬임에도 예매순위 9위까지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연기자로서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신앙생활에 소홀한 적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교회 찬양팀 봉사는 빠지지 않는다. 드라마 출연으로 너무 힘들 때 찬양팀에 소홀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예배에도 불성실한 경우가 생겼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는 찬양팀 봉사만은 끝까지 붙잡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초부터는 믿음의 동역자들과 성경암송 모임을 하고 매일 감사일기도 쓴다. 일상의 순간순간에 감사가 넘쳐 매일 10가지가 넘는 감사제목을 적는다.

“저의 최종 목표는 목회자이고 배우로서의 방향은 ‘나쁜 역할은 하되 나쁜 작품은 하지 말자’입니다. 선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함으로써 선한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