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내 조달하는 추경에 ‘쪽지예산’ 넣은 의원들
입력 2013-04-26 17:35
정부가 17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심의를 요구한 것은 경제성장률이 8분기 연속 0%대에 머물 정도로 경제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12조원은 새해 예산안을 짜면서 예측을 잘못해 펑크난 세수를 메워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 살리기에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5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 더구나 추경의 대부분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에 나랏빚이 그만큼 늘게 된다.
경제를 살리자고 빚까지 내는 추경안을 심의하는데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예산인 ‘쪽지예산’이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 경제야 어떻게 되든 자신의 표만 관리하면 그만이라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곳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다. 추경에 4274억원을 증액했는데 대부분이 도로와 철도 등 지역 현안 예산이다. 이번 추경에 반영된 100억원 이상 지역 사업이 17건에 달한다고 한다. ‘벼룩의 간’을 빼먹겠다는 심사와 다를 바 없다. 오죽했으면 예산 심사에 참석한 한 의원이 “추경을 심사해야 할 국회가 추경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켰다. 정말 낯 두껍다”고 했을까.
지역구 선심성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 반드시 걸러져야 한다. 또한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경안 곳곳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 만큼 재정을 엉뚱한 곳에 퍼붓지는 않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회는 지난해 말에도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국방예산과 복지예산을 깎은 반면 5500억원의 지역구 예산을 증액해 원성을 샀다. 지금처럼 국회가 밀실에서 예산을 주무르는 한 쪽지예산은 사라지지 않는다. 원천적으로 쪽지예산을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 예산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결위를 상임위화·상설화해야 한다. 국민들도 당장 내 지역 민원 해결사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선량에게 표를 줘야 한다. 그래야 새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