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창조 GDP
입력 2013-04-26 17:40
GDP(국내총생산) 지표를 개발한 것은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였다. 그는 국가의 생산활동 수준을 파악하는 지수로 GDP를 개발해 1934년 미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GDP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금융체제가 나아갈 방향을 정한 1944년 브레튼 우즈 회의 이후 핵심 지표의 지위를 얻었다.
GDP는 국가 안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용역의 총액이다. 반면 GNP(국민총생산)는 한 국가의 국민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거둔 총생산액을 뜻한다. 해외 진출이 적었던 1980년대 이전까지는 GNP가 국가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의 경제활동이 경기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중심 지표가 GDP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1994년부터 GDP를 기반으로 경제성장률을 발표하고 있다.
GDP는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발자인 쿠즈네츠도 의회 보고서에서 복지를 평가하는 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유엔은 1993년 그린GDP 개념을 도입했고, 미국은 1994년 지구의 날을 맞아 처음으로 그린GDP를 발표했다. 경제활동 과정에 뒤따르는 자원 소모액이나 환경 피해액을 산정해 GDP에서 차감함으로써 자연자본의 잠식이 소득으로 계산되는 문제점을 보정키 위한 것이었다. 삶의 질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고민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행복지수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행복GDP’ 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오는 7월부터 연구·개발 등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GDP 산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책이나 영화, 음악 등 예술활동이 가져온 경제효과도 창작물이 나온 해뿐 아니라 매년 GDP에 반영키로 했다.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기업 등이 창조경제에 기여한 정도를 평가하는 ‘창조경제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라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경제지표가 시대와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토록 다듬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새 지표 개발이 전시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알맹이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실천에 옮기는 게 더 중요하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