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따라 해외로 국내로… ‘차별 수학여행’ 여전

입력 2013-04-25 21:54

충북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소규모 국내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 여전히 고가의 해외 수학여행이 성행하고 있어 학생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학여행을 다녀온 389개 초·중·고등학교 중 6곳이 해외 수학여행을 실시했다. 103곳은 학교 사정 등으로 수학여행을 포기했다. 해외로 여행을 간 학교는 초등학교 1곳(사립)과 고등학교 5곳(공립)이었고, 중학교는 없었다.

지난해 해외 수학여행을 다녀온 충북지역 학생수는 초등학생 47명, 고등학생 475명 등 총 522명으로 집계됐다. 나라별로는 중국, 일본, 대만·싱가포르 등이었다.

금액은 평균 63만6000원이었다. 대만·싱가포르가 12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가장 비싼’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는 특수목적고인 충북과학고로 52명이 1인당 120만원을 들여 대만과 싱가포르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 학교는 올해도 1학년 전원 54명이 1인당 320만원을 들여 미국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청주 대성초 6학년 47명은 1인당 80만7000원을 들여 중국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보은고 130명이 1인당 63만원에 중국을, 한국바이오마스터고는 110명이 34만9000원에 중국을, 청주농고는 80명이 50만원에 일본을, 충북반도체고는 103명이 35만원에 중국을 수학여행 했다.

수학여행지에 따른 비용 차이가 발생하면서 학교 안에서조차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소외감과 위화감이 조장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박을석(48) 정책실장은 “고액 수학여행을 막을 수는 없지만 교육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며 “시골의 작은 학교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수학여행을 갔던 6개 학교 중 3곳이 특성화고등학교였다”며 “학교장이 신념과 교육적 목적을 갖고 있고 학부모들이 원하는데 해외 수학여행을 못 가게 할 수는 없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얘기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