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파이어’ 감독 로랑 캉테 “사회서 상처받은 소녀들 자리 찾아가는 과정 깊은 공감”

입력 2013-04-25 20:44

프랑스 영화감독 로랑 캉테(52)가 신작 ‘폭스파이어’로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타임아웃’(2001)으로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클래스’(2008)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감독이다.

25일 전북 전주 고사동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캉테 감독은 “전주에 다시 오게 돼 기쁘고,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9년 제1회 전주영화제 때 데뷔작 ‘인력자원부’를 들고 한국을 찾은 인연이 있다. 함께 한국을 방문한 주연 배우 캐나다의 케이티 코시니(19)는 “정말 아름답고 공감 가는 이야기다. 내가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어도 이 영화를 사랑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개막작 ‘폭스파이어’는 험난한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녀 갱들의 이야기. 사회에서 상처받은 소녀들이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복수를 시도하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켜져 간다. 미국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폭스파이어’는 캐나다에서 촬영됐다. 프랑스인 감독이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소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 영화에서 다룬 테마나 주제와 비슷했다. 소녀들이 자신의 그룹을 만들고, 거기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소녀로서 또는 가난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받는 부당함, 그에 대한 저항도 그동안 내가 천착해왔던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정치적인 면을 강조하지 않고 강한 서사만으로도 주제를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젊은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갖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1950년대는 아메리칸 드림이 한창이었지만 나는 그 이면을 그리고 싶었다. 꿈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외된 사람도 있었다. 경제 자유주의의 밝은 면도 있지만 반공주의 등 다양한 이념도 있었다. 고착된 미국 이미지에 저항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캉테 감독이 영어 대사로 만든 첫 영화이자, 출연 배우 대부분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영어가 유창하진 않지만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중국어를 못하지만 중국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직감으로 연출한다.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들이지만 전적으로 이들을 믿었다”고 말했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날 개막을 시작으로 5월 3일까지 9일간 전주 일대에서 개최된다.

전주=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