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최후 보루 포기할 수도… 최악 각오한 카드

입력 2013-04-25 19:08


정부가 25일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하면서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북한이 26일 오전까지 우리 측 대화 제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중대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억지를 쓰면 얻을 게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성명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전날 북측과의 비공식 접촉 사실을 알렸다.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간 면담을 제의했지만 북측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또 남측 요구사항을 담은 서면 문건 접수마저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같은 북측의 태도에는 의도적으로 개성공단 사태를 장기화시키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남측에서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는 만큼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개성공단을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북측 의도에 쐐기를 박기 위해 ‘회신 날짜’와 ‘중대 조치’라는 최후 통첩성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안보위기와 상관없는 개성공단을 갖가지 트집으로 장기화시키고 있다”며 “비공식 면담 같은 접근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대화 제의’를 했지만 보름이 되도록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소한의 생활필수품을 전달하기 위한 기업 대표단의 방문 요청을 불허하는 등 거부와 묵살로 개성공단 문제를 일관해오고 있다.

생필품 부족으로 생활이 위태로운 현지 근로자들을 위한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이번 성명 발표에 영향을 미쳤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우리가 북측의 답변 시한을 정한 것은 현재 개성공단 체류 인원에 대한 식자재 등 여러 문제에 있어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23일째 통행이 제한된 개성공단에는 이날 현재 우리 국민 175명이 남아 있다.

결국 정부의 대북 기조가 북한의 계속된 도발 위협과 개성공단 상황 등을 고려해 대화보다는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론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전날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과거와 같이 퍼주기식으로 대화를 재개하고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새 정부에선 있을 수 없다. 무원칙하게 퍼주기 하고 적당히 타협해서 넘어가 더 큰 위기를 초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