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쇼크 민주당 ‘安風 주의보’ 발령
입력 2013-04-25 19:03 수정 2013-04-25 22:12
4·24 재·보궐선거 참패와 잠재적 경쟁자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민주통합당은 25일 내내 뒤숭숭한 모습이었다. 오전에 국회 본회의장에 나온 의원들은 현 정부 첫 대정부질문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삼삼오오 모여 전날 재보선을 화제로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걱정스런 눈빛이었고, 침울해 보였다.
지도부부터 선거 참패에 패닉 상태였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127명 소속 의원들 모두 선거 결과에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면서 처절하게 성찰하겠다”며 “당이 이념·계파 갈등의 고질적 행태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많이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일부 한가한 의원들은 안철수라는 ‘협력적 경쟁자’가 생겼으니 민주당도 덩달아 분발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어설픈 기대를 걸지만, 당이 안 의원에 흡수되거나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이 약화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 전략 파트에서는 이제부터 안 의원을 민주당의 가장 큰 경쟁상대로 간주하고 대책 마련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10월 재보선 때까지 치열한 경쟁으로 야권의 ‘맏형’으로서의 입지를 더 분명히 해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안 의원과의 관계 설정은 5·4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범주류 측 강기정·이용섭 후보는 안 의원을 더 이상 협력 관계로 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 후보는 더 공격적으로 “민주당이 혁신해 ‘안철수 신당’이 필요 없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두 후보는 ‘안철수 신당’을 막기 위해선 혁신형 대표가 필요하다면서 오는 28일 대의원들 중에서 배심원단을 꾸려 토론회 뒤 단일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주류 측 김한길 후보는 대의원단 배심원단 토론회가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면 반발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이날 본회의 참석 차 국회에 나왔다가 기자들을 만나 “안 의원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우리 정치의 큰 틀에서 자신이 얘기했던 좋은 정치, 새 정치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안 의원의 관계 정립 문제에 대해선 “좀 더 두고 봐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손병호 임성수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