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FBI, 테러범 정보공유 없었다

입력 2013-04-25 19:01 수정 2013-04-26 00:40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의 용의자로 경찰과 총격전에서 숨진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사건 발생 훨씬 전부터 미국 연방정부의 대테러 감시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연방수사국(FBI)은 타메를란의 미국 출국은 물론 ‘고향’ 체첸지역을 방문하고 6개월 뒤 다시 귀국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테러기관 간은 물론 FBI 등 기관 내의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테러사건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앙정보국(CIA)이 1년여 전부터 타메를란을 위험인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CIA는 이번 테러 발생 18개월 전인 2011년 9월쯤 러시아 연방안보국(FSB)으로부터 타메를란에 대한 테러위험 첩보를 받은 뒤 유관기관인 국가대테러센터(NCC)에 협조를 요청했다. NCC는 타메를란을 연방 대테러 감시 명단인 ‘테러리스트 신원 데이터마트 환경(TIDE)’에 추가했다. TIDE는 FBI 등 많은 기관의 대테러 수사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처럼 CIA가 타메를란을 ‘잠정 테러분자’로 분류하는 데 적극 개입했던 게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는 보스턴 폭발테러로 이어지는 최근 몇 달간 그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WP는 지적했다. 또 그렇다면 당국이 어째서 7개월 동안이나 러시아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타메를란의 귀국을 방치했는지 역시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가 조하르 차르나예프의 재판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조하르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들이 시퀘스터로 강제 무급 휴가를 떠나게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설 변호인을 외부에서 구해도 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가능성은 작다.

이날 보스턴 테러사건 용의자의 어머니는 이번 사건이 꾸며진 희대의 쇼라고 잘못된 주장을 했다. 타메를란과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의 어머니 주바이다트는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서 이뤄진 CNN과의 인터뷰에서 “폭탄이 터져 수많은 사람이 다쳤다는 것은 연출된 것”이라면서 “도로에 뿌려진 피도 페인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