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공사관 3년 빠른 1889년 개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美문서보관소 문서에서 확인
입력 2013-04-25 18:56
대한제국이 미국에 공사관을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한 시점은 기존에 알려진 1891년(고종 28년) 12월이 아니라 이보다 약 3년 빠른 1889년 2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지난해 말 우리 정부가 매입한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 관해 현지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 문서자료 열람 등을 통해 대한제국 자주외교의 상징인 공사관 운영 시점이 등기문서상 매입 날짜인 1891년 12월 1일보다 2년10개월 앞선 1889년 2월 13일임을 밝혀낸 것이다.
발굴 자료 중에는 미 정부가 대한제국 공사관 주소를 ‘1500 13th street N.W’로 확인한다는 공문서도 있다. 당시 미 국무장관 T. F 베이야드가 이하영 공사에게 보낸 공문이다. 이 공사관에서 제24대 미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의 부인 프랜시스를 초청한 성대한 연회가 열린 사실도 파악됐다. 재단 강임산 팀장은 “참석 인원만 1000명이 넘었으며, 대통령 부인이 외국 공사관 행사에 참여한 건 처음이어서 당시 언론이 크게 보도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박물관 소장 ‘재미국화성돈조선공사관지도(在美國華盛頓朝鮮公使館之圖)’라는 자료에 첨부된 음력 1889년 4월 9일(양력 5월 8일) 공사관 사진은 이 공사관 개설 3개월 뒤에 찍은 것이다. 공사관 건물 옥상에 태극기를 게양한 상태에서 이완용(참무관), 이하영(서리전권공사), 이채연(서기관), 고종의 어의인 알렌이 공사관 입구 계단에 선 채 기념 촬영한 장면을 담았다(사진).
따라서 지난해 우리 정부가 사들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 2월 대한제국 정부가 임대 형태로 입주한 뒤 1891년에 이를 완전하게 매입한 셈이다. 재단은 1888년 1월 미국에서 임대해 처음 개설된 사무소 형태의 조선 공사관 터(현재 위치 ‘1513 O street’)도 확인했다. 이 공사관은 당시 ‘피서옥(皮瑞屋)’이라 불렸는데 이미 헐리고 지금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상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