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공 트라우마 완전히 날려라

입력 2013-04-25 18:51


‘스트라이크 존 몸쪽 아래와 바깥쪽 높은 공을 극복하라.’

추신수(신시내티)가 무결점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추신수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때리며 타율을 0.392로 끌어올렸다. 전날 3안타에 이어 이날도 2안타를 뽑아내 시즌 12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한 추신수는 지난해 포함 34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다.

추신수의 올 시즌 놀라운 기록은 지난 2년간 그를 괴롭혀온 좌완 투수의 몸쪽 공에 대한 트라우마를 거의 극복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소속이었던 좌완 조너선 산체스가 던진 몸쪽 공에 왼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이후 추신수는 좌완이 던지는 몸쪽 공에 공포심을 가지게 됐고, 이를 간파한 상대 투수들은 추신수의 몸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게다가 몸쪽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된 추신수는 이후 바깥쪽 타구의 질마저 나빠졌다.

하지만 상담치료까지 받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추신수는 올 시즌 들어 몸쪽 공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추신수의 이런 변화는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제공하는 지난해와 올해 ‘핫 존(Hot Zone)’을 비교해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타자들의 배팅 존을 타율에 따라 나눈 핫 존은 색깔이 붉을수록 강하고 파랄수록 약하다.

지난해 추신수의 ‘핫 존’을 보면 몸쪽 가운데 타율이 0.176으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몸쪽 위(0.276)와 아래(0.278)도 다른 존에 비해 유독 타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21경기를 치른 올 시즌을 보면 지난해 가장 약했던 몸쪽 가운데는 타율이 0.364로 높아졌고 몸쪽 위도 3타수 2안타로 타율이 치솟았다. 하지만 몸쪽 아래는 2타수 무안타로 아직도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 투수들이 이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다보니 사구(몸에 맞는 볼), 특히 엉덩이와 다리 쪽으로 향하는 사구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마이애미전에서 우완 알렉스 사나비아가 추신수를 상대로 두 차례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당시 사나비아는 첫 타석에서 싱커를 몸쪽 아래로 보내다가 무릎을 맞혔다. 두 번째 타석에서 바깥쪽 볼로 승부하다 안타를 맞은 사나비아는 세 번째 타석에서 몸쪽으로 공을 보내다가 추신수의 엉덩이를 맞혔다. 추신수는 25일 현재 몸에 맞는 볼 10개로 양대 리그 통틀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 주루플레이, 수비 등 무결점 타자로 진화하고 있는 추신수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몸쪽 아래와 바깥쪽 위로 뿌려지는 공을 극복하는 것이다.

한편 추신수는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올스타전(7월17일) 외야수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