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이시영 편파판정… 누구를 위한 복싱 인기회복인가

입력 2013-04-25 18:52 수정 2013-04-25 22:36

사각의 링에서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매력적인 여배우. 스토리가 된다. 지상파 방송 카메라까지 등장한 경기에서 여배우 복서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 편의 영화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판정이 석연찮았다.

“편파 판정이 나올까 봐 깔끔하게 KO로 이기려고 했는데….” 최락환 수원태풍체육관장은 아쉬움을 떨쳐 내지 못했다. 지난 24일 충북 충주시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여자 복싱 48㎏급 결승전에서 제자인 김다솜(19)이 여배우 이시영(31·인천시청)에게 20대 22로 패한 게 가슴에 걸려 응어리졌다. “다솜이가 기량이 떨어져 졌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봤을 땐 다솜이가 18대 5 정도로 이긴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심판은 이시영의 손을 들어 주더군요.”

최 관장은 제자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복싱연맹에 판정을 항의할 계획은 없다. 이의제기는 경기 후 30분 이내에만 가능하다.

전 세계챔피언이자 이시영을 가르친 홍수환 씨도 한 언론을 통해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판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복싱 인기를 위해서 이시영이 이긴 거로 하자고? 그래서 복싱 하나 바라보고 운동한 애들의 꿈을 편파판정으로 사그라지게 하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기냐!”고 성토했다.

최 관장은 김다솜이 오픈 블로우(손바닥으로 치는 것) 지적을 받아 2점을 감점당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솜이의 팔꿈치를 보세요. 오픈 블로우가 아닙니다. 슬로비디오를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어요.”

‘원조 배우복서’ 조성규씨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1995년 KBS 주말연속극 ‘젊은이의 양지’에서 체육관의 터줏대감인 권투선수 ‘땡초’로 잘 알려져 있는 조씨는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흥행몰이 국가대표가 아닌 진정한 실력으로 진정한 국가대표가 됐을 때 팬들은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낼 것”이라며 “대학 진학의 꿈까지 미뤄 가며 나온 김다솜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느냐”고 전했다.

반면 이 경기에서 주심을 본 대천체육관 조종득(54) 관장은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아마추어 복싱과 프로 복싱을 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며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태현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