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시장경제 용어, 純化하려다 美化될 판
입력 2013-04-25 18:41
“약육강식, 정글 자본주의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대신 호혜적 시장거래, 자발적 거래 등을 적극 사용할 필요가 있다.”
재계가 시장경제 관련 용어들에 담긴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바른 용어를 통한 사회통합의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설명하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시장과 관련된 용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확산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서 “최소한 중립적이거나 친자유주의적으로 새롭게 번역, 의도적으로 널리 사용해 본래의 긍정적 의미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방임주의’에서 ‘방임’이 방종이나 방만을 떠올리게 해 안 좋은 뉘앙스를 풍기므로 ‘경제적 불간섭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식이다.
한경연이 제안한 새로운 용어는 재벌→대기업집단, 과당경쟁→시장경쟁, 시장점유율→소비자선택율, 시장지배적 사업자→소비자선택 사업자 등이다. 또 약육강식 자본주의는 조화 자본주의로, 정글 자본주의는 상생 경제로, 승자독식 자본주의는 소비자선택 자본주의로, 낙수효과는 소득창출효과로 대체해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은 “‘적정가격’ ‘폭리’ ‘초과이윤’ 같은 용어들은 개념 혼란을 조장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고 왜 그래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용어도 이윤을 낸 기업은 사회로부터 무엇인가를 가져갔으므로 이를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잘못된 암시가 내포돼 있어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의 폐해나 부작용까지 미화하고 포장하려는 듯한 인상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장경제 관련 용어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돼 온 것인데 단순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겠다고 새로 번역해 바꾸는 것은 학술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용어를 바꾼다고 시장경제에 대한 우려나 반기업 정서가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