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아동은 찬밥?… 한끼 식사비 겨우 200원 올라
입력 2013-04-25 18:24
보육원 아이들의 올해 식대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에 고작 한 끼당 200원이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 보육원 아동의 한 끼 밥값은 두 차례나 인상되고도 1800원 수준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지역아동센터나 학교 급식비의 절반 수준이다.
◇두 번 올라 ‘1800원’=지난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는 ‘생계급여’ 항목으로 79억원이 배정됐다. 시설아동 식비 명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5일 “2013년 보육원 등 시설아동 식비가 지나치게 소폭 인상됐다는 지적에 따라 추경에 추가인상분을 요청해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육원 아동 수(1만5900여명)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끼 식사값은 평균 1786원(시설 규모에 따라 1603∼1908원)이다. 올 상반기 1인당 식대 1583원(1525∼1627원)보다 203원, 지난해보다는 382원이 올랐지만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식대(3000∼4000원)와 학교 무상급식(2700∼3500원)과 비교하면 아직도 턱없이 낮은 액수다. 인상된 식대는 오는 7월부터 지급된다.
◇복지부, “최저생계비 올리지 않는 한 대폭 인상 힘들어”=복지부도 밥값이 낮다는 데 동의한다. 식대 현실화에 예산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시설아동 식대를 3000원으로 올리는 데 드는 추가 예산은 295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밥값이 현실화되지 않는 건 현재 시설아동 식대가 기초생활보장제상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를 획기적으로 올리지 않는 한 보육원 아이들 밥값만 올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복지부는 추경에 ‘200원 인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칼로리 계산법까지 동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저생계비로는 도저히 추가 인상의 근거를 마련할 수 없어서 현역 군인 하루 칼로리(3000㎉, 한끼당 2144원)의 83%(2500㎉) 수준에서 식대를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아동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임종한 인하대 교수가 지난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에서 생활하는 초등학교 4학년 남녀 학생 키는 또래보다 각각 13.8㎝, 7.4㎝ 작았다.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시설아동은 성장조차 더딘 만큼, 아동복지의 측면에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선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생활보장제는 일하지 않는 사람(수급자)은 일하는 사람보다 덜 받아야 한다는 열등처우를 원칙으로 한다. 과연 시설아동을 ‘일하지 않는’ 수급자로 대우하는 게 정당한가”라며 “시설아동의 식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아니라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계산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병덕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로부터 떨어진 아동은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된 계층”이라며 “이들이 영양식단을 제공받으며 최상의 양육환경에서 자라도록 관련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