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아베,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 작업”
입력 2013-04-25 18:21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침략의 역사마저 부정하며 도를 넘고 있는 일본 정치권의 행보와 발언들이 재무장 야욕의 냄새까지 강하게 풍기자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 차원을 넘어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근 행보가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신문은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듯하던 아베 총리가 정책의 초점을 과거사 문제로 옮긴 것은 군사력 확대를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일본의 불필요한 국가주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복잡한 문제들을 곡예하듯 아슬아슬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북핵 문제 해법을 위해 주변국들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함에도 일본은 적대감에 불을 지르고 있다”면서 “역사의 상처를 악화시키지 말고 경제 회복을 비롯한 일본의 미래에나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심지어 중국 환구시보는 ‘다시 샤오르번(小日本·일본을 격하시킨 표현)을 무시하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은 도발을 통해 정세 변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이는 스스로를 마비시키는 독약”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의 도발을 아예 무시해버리는 대응법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도 일본은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을 상대로 한 외교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 중인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24일 일본 정부에 이례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거론했다. 번스 부장관은 가토 가쓰노부 관방 부장관과 만나 최근 사태가 대북 공조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25일 벳쇼 고로 주한 일본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 항의했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벳쇼 대사에게 “최근 일본 정부와 정계 인사들의 일그러진 역사인식과 시대착오적인 언행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우리는 일본사회가 내부적으로는 정직과 신뢰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면서도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 역사에 대해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과거를 정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오늘의 잘못된 인식과 언행을 바로잡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일본의 중요한 인접국들과의 관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단편적인 발언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우리의 역사인식을 평가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구성찬 남혁상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