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변신, 통했다

입력 2013-04-25 18:07


가수 조용필(63)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 새 음반을 발표하지 않아 생긴 10년의 공백,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된 가요계 구도…. 이 모든 난관을 뛰어넘어 그가 다시 가요계 정상의 자리에 선 것이다. 10년 만에 발표한 19집 ‘헬로(Hello)’는 국내 음원차트를 점령했으며 음반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가히 ‘조용필 신드롬’이다.

◇다시 열린 ‘조용필 시대’… 젊은층도 열광=열풍의 시작은 음반 발매에 앞서 지난 16일 미리 공개된 수록곡 ‘바운스(Bounce)’였다. 통통 튀는 리듬, 상큼한 멜로디의 이 곡은 조용필의 변신을 예고했다. 그리고 23일 발매된 음반을 통해 대중은 조용필의 ‘파격’을 마주했다. 타이틀곡 ‘헬로’는 젊은 밴드의 음악을 연상시켰고, ‘충전이 필요해’ ‘서툰 바람’ 등의 음악에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은 음악은 젊은층에서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25일 음원사이트 Mnet이 ‘바운스’ ‘헬로’ 두 곡의 연령대별 다운로드 비율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두 곡을 가장 많이 내려받은 세대는 20대(46.5%)였다. 이어 30대(24.4%), 40대(14.6%), 50대(5.2%) 순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음원사이트 멜론 역시 마찬가지다. 멜론 관계자는 “‘헬로’ 음원을 구입한 연령대를 분석해보니 20, 30대가 60%였다”며 “이런 비율은 젊은 가수들 노래가 1위를 차지했을 때랑 비슷하다”고 했다. 소속사 YPC프로덕션 관계자는 “CF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대학 축제에 와달라는 대학가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장년 팬들의 반응은 음반 판매량에서 확인된다. 음원보다는 음반 구입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인데, 조용필의 신보는 선주문 3만장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고 한다. 소속사 측은 CD를 급히 추가 제작하는 한편 ‘헬로’를 고품질 사운드로 즐기도록 하기 위해 LP와 MQS(Mastering Quality Sound:고해상도 음원)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가요평론가인 장유정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는 “아이돌이 주름잡는 음악시장에 어른들의 ‘오빠’가 돌아왔다”며 “중장년 세대 입장에서는 흥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조용필 신드롬’을 만들었나=서정민갑 음악평론가가 신드롬의 이유로 든 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 그 자체였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트렌디한 음악에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조용필의 창법이 포개졌어요. 즉, 젊은층을 만족시키면서 중장년층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음반인거죠.”

‘젊은 감각’의 마케팅 전략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용필은 음반 발매 전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공개해 분위기를 띄웠고, 지난 2일엔 서울 서초동 소속사 사옥에 음악 담당 기자들을 초청해 수록곡을 미리 들려주는 감상회도 열었다. 활동 재개를 알리는 쇼케이스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됐다.

전문가들은 ‘조용필 신드롬’이 가요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문세 등 여타 중견 가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추억을 파는 수준이 아닌 새로운 음악에 도전해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