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王 열풍’ 이끄는 사람들… 수십년 한결같은 열혈팬 오빠·형님 부대

입력 2013-04-25 18:07

2013년 봄, 유례없는 ‘조용필 열풍’ 뒤에는 ‘오빠 부대’ ‘형님 부대’로 불리는 팬들이 있다. 앨범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쇼케이스 현장으로 달려와 응원도구를 들고는 목이 터져라 “오빠∼ 사랑해요” “형님! 고맙습니다”를 외친다.

한동안 뜸하던 인터넷 팬페이지엔 불이 붙었다. “오늘(25일) MBC 라디오 ‘푸른 밤 정엽입니다’에서 오빠 19집 전곡을 들려준대요” “드디어 벨소리도 나왔어요” 등등 각종 정보와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르내린다.

그야말로 ‘팬덤’의 원조답다. 지난 2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조용필 쇼케이스 현장에서 그들을 만났다. 조용필 팬클럽 ‘위대한 탄생’에서 남편 홍기도(45)씨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는 변경숙(41)씨. ‘조용필이 왜 좋냐’는 질문에 그는 “오빠의 노래를 들으면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요. 가사가 보통 가사가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그러더니 조금 전 남편이 보낸 문자를 보여줬다. “‘어느 날 귀로에서’ 진짜 죽인다. 눈물이 저절로 주르르…. 단순한 노래가 아님.” 이들에게 조용필 노래는 삶의 위안이자 위로인 듯 했다.

팬클럽 경력 15년차의 주부 한현숙(42)씨는 이날 새벽 경기도 용인 죽전동 집에서 나와 서울 서린동 영풍문고로 향했다. “6시40분에 도착했는데 대기표 123번이대요. 음반을 산 뒤 집에 가서 쉬다 쇼케이스 보러 다시 서울로 왔어요.” 전국 공연 투어는 기본이요, 팬클럽 행사 참석은 선택이다. 옆에 있던 박경자(44)씨는 “얼마 전 팬클럽 운동회 때 비가 그렇게 왔는데도 오빠가 와주셔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곧 죽어도 조용필을 ‘오빠’라고 말하는 이들의 얘기는 끝이 없었다. “요새 애들이 하는 ‘조공’도 우리가 원조죠. 오빠가 워낙 토속음식을 좋아하셔서, 친정 엄마가 시골에서 장아찌 담구면 얻어다 갖다드려요.”

원조 팬으로서 바라는 게 있을까. “사람들은 이번 앨범을 듣고 우리 오빠가 도전했느니 달라졌느니 하는데, 아니에요. 오빠는 항상 공연 때마다 늘 새로운 편곡으로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셨어요. 말로만 ‘가왕’이라고 하지 말고 오빠의 음악이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좋겠어요.”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