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의 음악적 깊이 충격… 오점 남길까 압박 심했다”

입력 2013-04-25 18:08

가수 조용필의 19집 ‘헬로(Hello)’가 일으키는 신드롬을 거론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 있다.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작곡가 MGR(본명 박용찬·43)이다. 이수영의 ‘라라라’ ‘덩그러니’ 등을 작곡한 그는 이번 조용필 신보 작업에서 큰 축을 담당했다. 25일 MGR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어떤 일이 계기가 돼 조용필 새 음반 작업에 참여하게 됐나.

“선생님이 2011년 말 내 작업실을 방문해 곡을 의뢰했다. 어떤 노래를 원하는지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다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선생님은 ‘이번 음반에 나는 프로듀싱도, 작곡도 안 할 거다. 알아서 잘 만들어봐라’고 말씀하셨다.”

-음반을 프로듀싱하며 느낀 점은.

“난 가수의 ‘이름’에 주눅 드는 편이 아니다. 이번 작업 역시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녹음 작업이 시작되면서 선생님의 음악적 역량에 깜짝 놀라게 됐다. 과거 발매된 선생님 음반을 다시 찾아 들어본 것도 그때쯤이었다. 13∼18집을 듣는 데 위축됐다. 음악적 깊이가 느껴졌다. 선생님 음악 인생에 오점을 남겨선 안 된다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뮤지션 조용필을 평가하자면.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악보를 받는 순간 곡의 모든 걸 파악해버린다. 리듬이 들어간 악보, 코러스가 들어간 악보까지 직접 만들어버린다. 보컬로서도 엄청나다. 나이가 들면 탁성(濁聲)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청년의 목소리를 갖고 있다. 얼마나 지독한 연습을 하며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가왕(歌王)’이라는 표현을 누가 처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왕은 정확한 수식어다.”

-음반엔 젊은 감각이 느껴지는 곡들이 많다. 음악적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선생님의 전작들을 뛰어넘는 앨범을 만들겠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목표는 ‘소통’이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음반을 만들려고 했다.”

-수록곡 중 가장 파격적인 노래 ‘헬로’를 타이틀곡으로 삼은 이유는.

“선생님의 뜻이었다. 자신이 어떤 음악인이고,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 ‘헬로’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선생님은 옛날 음악 안 듣는다. 요즘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미국 싱어송라이터 아울시티 등을 즐겨들으시더라.”

-곁에서 지켜본 조용필은 어떤 사람이었나.

“순수하고 영혼이 맑은 분이다. 예술적인 욕심이 많을수록 인격이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게 됐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