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MCA, 37년만에 ‘목적문’ 바꾼다… ‘예수·하나님’ 첫 명시, 더 기독교적으로

입력 2013-04-25 18:07


한국YMCA전국연맹(한국Y·이사장 안재웅 목사)이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Y 목적문’을 바꾼다. 1976년 처음 제정한 이래 37년 만이다. 목적문이란 조직이나 단체의 목적과 활동내용 및 비전을 담고 있는, 일종의 ‘사명 실천문’이다.

한국Y는 25일 서울 정동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제1차 목적과사업협의회를 열어 ‘한국Y의 목적문 개정안(표참조)’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개정안은 향후 이사회 승인을 거쳐 내년 4월 열리는 한국Y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최종 완성문으로 발표된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예수’와 ‘하나님’이 처음으로 명시가 됐다는 점이다. 현행 한국Y의 목적문에는 예수 대신 ‘그리스도’로, 하나님 대신 ‘하느님’이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다. 개정안 작업을 총괄한 한국Y 목적과사업위원회 위원장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Y가 신앙의 그리스도를 믿을 뿐만 아니라 ‘역사의 예수’를 따라 살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라는 문구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복음에 따라’라는 문구로 한층 구체화해 우리의 삶이 예수의 삶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의미를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현행 목적문에 표기된 ‘하느님’ 문구와 ‘하나님’을 병행하게 된 부분에 있어서는 현재 개신교인 다수가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 그러나 한국Y의 활동 영역이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타종교인 및 무종교인까지 포용하는 개방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현행 목적문이 작성될 당시에는 공동번역 성서가 출판된데다 가톨릭 교회와 관계를 고려해 ‘하느님’으로 표기됐다.

개정안은 또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상황을 감안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아우르는 ‘역사적 책임의식’이라는 문구에 ‘생명’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이밖에 ‘사랑’ ‘민중의 복지’ 등의 단어 및 문구는 한국Y가 지역사회와 한국사회, 세계 속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지향점들을 조합한 용어로 대체됐다. 바로 ‘참여’ ‘협동’ ‘연대’ ‘평화’ 등의 단어들이다.

안재웅 한국Y 전국연맹 이사장은 “날로 급변하는 시대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창립 100주년을 앞둔 한국Y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라며 “기본적으로 파리선언의 신학적 틀 안에서 한국Y가 중점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목적문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앞서 열린 한국YMCA100주년기념사업회 1차 운영위에서는 내년 4월 초에 개최할 예정인 한국Y 100주년 기념사업계획안이 마련됐다.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주제성구 이사야 65:17)’을 슬로건으로 내건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기념사업회에는 안 이사장을 비롯해 서광선 세계Y연맹 전 회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등 6명이 공동대표로 활동한다.

기념행사는 내년 4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과 철원 DMZ(비무장지대) 등 전국 곳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주요 행사로는 100주년 기념예배와 국제 심포지엄, 한국시민사회 100년 박람회 등이 준비된다. 이밖에 청소년 DMZ 평화순례와 아시아 생명평화센터 건립, 한국YMCA 100년사 발간 등의 중·장기 사업도 차례로 추진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