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안학교 ‘산돌학교’ 이은재 교장] 행복·자유 찾은 학생들… “이것이 진짜 교육”
입력 2013-04-25 17:32
“졸업생들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뭘 하든지 행복하게 살 자신은 있다’고 얘기합니다. 재학생들은 이곳에 와서 자유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런 게 성공이라고 봅니다.”
25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산돌학교에서 만난 교장 이은재 목사는 이 학교의 교육방향과 성취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냈다. 산돌학교는 2004년 3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세운 대안학교다. 개신교 교단이 건립한 대안학교로는 국내 최초다.
올해 설립 9주년을 맞은 산돌학교는 널리 인정받는 대안학교로 성장했다. 평균 입학경쟁률이 3대 1 정도인데, 우선전형(저소득가정·장애인·지역주민 등) 선발인원을 빼면 5대 1이 넘는다. 중도에 일반학교 등으로 이탈하는 학생도 많지 않다. 현재 120명 정원에 전교생이 109명이다. 이은재 교장은 “아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대안학교로 안착했다”며 “학생을 더 받으라는 요구가 많지만 교사 인력 사정상 더 감당하기는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숙원 사업이던 새 기숙사 건축도 완료해 26일 준공식을 연다. 기감 제2연수원 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산돌학교는 숙박시설이 부족해 연수원 옆 990㎡(300평) 부지에 기숙사동과 교사동, 전통서원 양식의 강학당을 새로 지었다.
중·고교 통합 5학년 과정인 산돌학교는 지금의 공교육이 잃어버린 학교 본연의 모습을 추구한다. 영어·수학 등 기본교과수업도 하면서 일반학교에는 없는 농사, 목공, 도예 등 생태·평화적 가치에 관한 다양한 과목을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한다. 목회자 양성이 목표는 아니지만 종립학교로서 채플을 포함한 영성교육도 중시한다. 이 교장은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빛깔을 살리고 겸손하게 자연의 길을 따르는 ‘작은 구도자’들의 배움터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적으로는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최근 교단과의 관계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지난달 기감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현재 비인가 학교인 산돌학교가 언젠가 학교법인이 되면 교단 재산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산돌학교 관련 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교장은 안타깝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교단으로부터 큰 도움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문제 제기가 나와 당황스럽다”면서 “산돌학교 정관에 학교법인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못박아놨기 때문에 교단 소속 기구에서 벗어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교사들과 함께 교육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 교육 혁신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학교인 ‘헬레네랑에’가 하는 것처럼 학생들 스스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을 모든 수업에 적용할 방침이다.
남양주=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