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즉각 나서라

입력 2013-04-25 17:38

北 체류인력 인도 지원은 투자기업에 대한 최소한 도리

우리 정부가 어제 북한에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했다. 이번 회담은 생활필수품이 부족한 가운데 개성에 계속 남아있는 우리 인원들의 문제를 다루는 만큼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응하기를 기대한다.

개성공단은 지난 9일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이 일제히 결근하면서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18일째를 맞았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북한의 완강한 입장 때문에 생산 및 납품 차질로 인한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잠정중단이 아니라 입주기업 스스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지난 3일 이후 24일째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공단 방문 불허 조치로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근로자 176명과 외국인 1명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이들은 공단이 정상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남쪽으로 귀환하지 않고 공장을 지키고 있지만 식자재가 부족해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의료품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북측의 답신 시한을 26일 오전으로 못 박고, 이마저 거부되면 중대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점은 그만큼 체류 인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측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체류 인원 철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서는 경제적 이익을 지키려는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이런 형편들을 감안해 실무회담 제의에 응함으로써 개성 체류 인원의 안전 문제를 우선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남한 인력의 체류를 막지 않았던 북한 측이 체류자들에게 기초 생필품이 공급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이 정도의 배려는 그간 선의로 거액을 투자해 북한 노동자에 일자리를 제공했고 지금도 최악의 조건 속에서 공장을 지키고 있는 동포 기업인과 근로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나아가 북한 당국이 조속히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남북교역을 중단하는 5·24조치를 취하면서도 개성공단을 유지했다. 천안함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는 대참사를 당했지만 남북 경협의 상징이며 남북의 경제적 이익이 걸린 특수성을 고려해 개성공단을 존중한 것이다. 북한 당국도 이런 개성공단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면 더 이상 벼랑끝 외교전술의 수단으로 삼지 말고, 남북 긴장의 완충지대로 남겨두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체류 인력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보호 의무를 지고 있는 우리 당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북한이 이마저 무시한다면 정치논리에 경제부문이 쉽게 희생되는 요주의 투자지역이란 국제사회의 불신뿐 아니라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