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24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나아갈 길
입력 2013-04-25 17:35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이 국회의원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단 한 명도 탄생시키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실패 이후에도 당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이긴 하지만 제1 야당의 잇단 참패는 우리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민주당이 습관적인 패배감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우리 헌정사에 찬란한 발자취를 남긴 민주당의 불임 현상은 고질적인 계파싸움과 이념 과잉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연이은 선거 참패에도 당권을 오로지하고 있는 특정 계파의 독주가 전통지지 세력의 이탈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국민지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곧 있을 5·4 전당대회가 계파를 없애는 화합과 축제의 장이 돼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이번 4·24 재·보궐 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의 이념 싸움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정치를 업종으로 분류할 경우 국민이 소비자인 명백한 서비스업이라는 확실한 명제를 민주당은 언제까지 외면하며 불안한 제2당의 자리를 유지하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내일은 좀 더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어려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우치지 못했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반미나 친북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당 강령을 고치려는 시도를 매몰차게 비난하며 원안 고수를 외친 일부 의원들은 아직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영원한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는 자해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막가파식 협박을 뻔히 보면서도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민주당 공천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 대권을 거머쥐었던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김 전 대통령은 보수의 원조인 김종필씨와 연합을 했으며, 노 전 대통령은 재벌급인 정몽준 의원과 후보 담판을 지어 꿈을 이뤘다. 야합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으나 분명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이런 역사적 사실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에 집착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민주당의 패배는 오는 10월 예정된 대규모 재·보궐선거와 내년의 지방 선거를 낙관할 수 없게한다. 문제는 민주당이 쇄신을 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안철수 의원의 등장은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이제라도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기희생적인 결단을 내려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강한 야당의 존재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