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박종록] 우리 국민의 역량
입력 2013-04-25 17:23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핵을 앞세운 도발적 위협에도 별로 놀라지 않는 국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가계부채와 실직의 이중고에 시달리면서도 인내하며 묵묵히 각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국민. 북의 위협을 전쟁발발의 징후로 보고 썰물처럼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주가가 폭락해도 썰렁한 증권사 객장에서 전광판을 쳐다보고는 별다른 표정 없이 돌아서는 국민. 청문회다 간담회다 정치인들이 떠들고 싸우고 입방아 찧어도 그러려니 하고 쓴미소 짓는 국민. 이만하면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지난 한 달 동안 북한은 허장성세와 떼쓰기를 반복했지만 국제사회에 악동의 존재를 알린 것 외에 별로 얻은 게 없는 것 같다. 반면 우리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맞은 큰 시련임에도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 재정비와 외교적 연대 확충, 우리 국민의 북한 실체 확인과 안보의식 강화라는 반사적 이익을 얻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비교적 담담하고 침착하게 반응하는 반면 일본, 중국의 반응이 오히려 더 컸다. 미국은 우리의 우방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하고 과거 동맹국들로부터도 신뢰를 잃고 외면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북한의 3대 세습 지도자 김정은은 헐벗고 굶주린 인민들, 해이해진 군부와 관료들을 통합하고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래 점점 막다른 선택으로 향할 것인지, 이쯤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실리를 얻으려 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 한·미 연합군의 정밀타격 능력은 필요한 부분만 도려낼 수 있다고 하니 김정은은 그것으로 끝이 날 것이다. 반면 대화와 타협, 점진적 개방 외교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카멜레온 같은 변덕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유연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자세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하지만 처칠이나 대처 총리 같은 위대한 지도자도 영국 국민들의 상당한 지적 수준과 단결이 뒷받침하고 있었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반면, 간디나 네루 같은 위대한 지도자의 계몽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 국민들의 낮은 지적 수준과 종교적 분쟁은 결국 나라를 파탄과 분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 국민의 지적 수준과 상황 직관력, 인내력, 위기상황 하에서의 침착성과 단결력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정부와 지도층의 현명한 지도력, 올바른 대처가 국민의 공감을 얻는다면 우리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이를 극복하고 분연히 일어날 수 있는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것이다. 나아가 일부 불순한 사상과 왜곡된 행태로 분열, 불안감 조성을 획책하는 세력에 대해 위기상황에서는 일말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들을 수수방관 방치해 둬서는 안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와 국민은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을 북한 김정은 탓만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자주적이고 주도적인 입장에서 당면한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운명을 강대국인 미국이나 중국 또는 주변국가인 일본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입지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북한은 체제의 존망을 걸고 덤비는데 국제질서를 앞세운 질책이나 비난만으로 통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무절제한 도발은 바로 응징당해 패망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총체적 역량과 결의가 단호하게 결집돼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단군 이래 피와 땀으로 지키고 계승·발전시켜 온 터전인 이 강토를 더욱 잘 보존하고 융성케 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종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