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그림자였던 그가 묻어둔 이야기는…

입력 2013-04-25 17:36


황용주-그와 박정희의 시대/안경환(까치·2만원)

황용주(1918∼2001)는 누구인가.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과 대구사범학교 4기 동기생으로 5·16 쿠데타의 주역이자 정수장학회의 입안자였다. 문학청년이었던 그는 1964년 ‘세대’지 필화사건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황용주와 박정희의 시대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였으며, 그들은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빛과 그림자였다.

저자는 1987년 서울대 법대 교수로 부임한 직후 오랫동안 야인생활을 해온 황용주를 찾아 그가 숨질 때까지 교유했다. 그리고 25년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평전 형식으로 엮었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 황용주의 입에서는 두 사람의 이름이 새어 나왔다. “아 정희야! 아 란서야!” 가장 친했던 친구 박정희와 자신의 딸이었다.

저자는 황용주의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의 정체는 역사적 공범의식이었다고 분석한다. 나라를 구할 ‘민족주의 혁명’이라는 그들의 확신 앞에 군사 쿠데타라는 비상행위는 정당하고도 불가피한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기보다 한반도의 주민으로 남고 싶다”고 밝힌 황용주의 일기 등 각종 기록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재구성했다.

이광형 선임기자